[박선호 칼럼] 온두라스 別曲 `죽음보다 아픈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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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온두라스 別曲 `죽음보다 아픈 찬바람`

[ 박선호 기자 shpark@ ] | 2018-10-30 18:12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박선호 칼럼] 온두라스 別曲 `죽음보다 아픈 찬바람`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가난과 죽음 가운데 무엇이 더 두려운 것일까? 1200여 년 전 당 시인 두보는 이렇게 썼다.

"숙지시사별, 차복상기한(孰知是死別, 且復傷其寒)

차거필부귀, 환문권가찬(此去必不歸,還聞勸加餐)"

"이제 나야 죽는다지만, 남는 그댄 이 겨울 어쩔까요?

다시 못 올 길 나설 때, 그댄 '밥 한 술 더' 권하네."

다 늙어 전장에 끌려가는 남편과 이별하는 아내의 모습이다. 겨울 찬바람에 옷가지도 제대로 못 갖춘 부부의 얼굴이 아린다. 남편은 이 길이 마지막임을 안다. 그런데 정작 아픈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바로 추위에 홀로 남을 아내 때문이다.

두보가 쓴 세 가지 이별 가운데 '늙은이의 이별'(垂老別)이다. 죽음보다 아픈 게 한겨울 배고픔이다. 가난이다.

1200여 년 전 노부부의 이별이 떠오른 것은 2018년 10월 온두라스의 이별 때문이다.

지난 12일 160명의 사람들이 고향을 등졌다. 친구와, 친척과 이별을 했다. 전장으로 떠나듯 행낭을 꾸려 도보로 길을 나섰다. '이민 캐러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들을 부르는 이름이다.



그렇게 이들은 걷고 걸어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 국경을 넘었다. 지치면 그냥 지나던 거리 누워 잠을 잤다. 부모가 그렇게 쓰러져 자면, 철없는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놀았다. 혼자 인형을 던지기도 하고,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슬을 덮고 자는 '풍찬노숙'(風餐露宿)의 생활이었다. 이들은 그렇게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타파출라와 우익스틀라를 지났다.
출발할 때 불과 160여명이었지만, 과테말라인, 엘살바도르인 등이 속속 합류하면서 31일 현재 일행은 1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로, 사진으로 전해진다. 비닐을 덮고 노숙을 한 이들의 사진, 국경 경비를 피해 수백m 높이의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리는 사진 등등. 한 30대 젊은이가 여자 아이를 안고 다리에서 강 아래로 향한 사다리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보는 이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강 위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트에 올라타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부녀는 뛰어내리기 직전이었다.

두려운 여아는 얼굴을 아버지의 가슴에 묻고, 힘겨운 젊은 아빠의 얼굴은 불안으로 일그러져 있다. '무사히 뛰어 내려야 할텐데 ….'

이들이 가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 국민으로 살려는 것이다.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출발지인 온두라스 산 페르도 술라에서 미국 텍사스 주 매캘런 국경까지 도보로 약 501시간이 걸린다고 추산했다. 캐러밴이 하루에 12시간 도보로 이동한다면 다음 달 하순 도착할 전망이다.

'막가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진작부터 이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행로를 막지 못한 중미 국가들에게 경제 제재까지 하겠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국경 군부대 동원 엄포까지 놓고 있다.

벌써 미국 국경에서 벌어질 장면이 눈에 선하다. 많은 이들이 국경의 철조망 앞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일부의 이민 신청만 받아들여져 가족이 생이별을 할지 모른다. 그런데도 무엇이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AP 통신은 "가난과 폭력의 고국에 대한 두려움과 어린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라고 전했다. 캐러밴 가운데 어린이의 비중은 5∼10% 정도다. 통신에 따르면 11살 된 딸과 함께 오토바이 택시에 동승한 레이나 에스페란사 에스피노사는 "온두라스에는 일자리가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식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한 이유"라고 말했다.

1200여 년 전 늙은이 마음이나 온두라스 부모의 마음은 같다. 추운 세상에 홀로 남겨질 가족이 걱정될 뿐이다. 다시 한번 두보 시의 찬바람을 떠올린다. '죽음보다 아픈 찬바람'이다. 모두 나라가 나라같지 않은 때 생기는 일이다. 1200년 전 당 현종이 그랬듯 오늘 중미의 위정자들이 나라를 망친 탓이다. 어찌 온두라스만의 일이라 할까?

박선호 금융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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