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속도 25.7PF '누리온' 개통
기반시설·SW비용 등 900억 투입
70억명이 420년 동안 계산할 양
1시간 안에 처리 세계 11위급
KISTI 제공
올 초부터 차례로 구축되기 시작한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이 작동하면서 내뿜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팬 소리였다. 이 공간에는 사람 키보다 큰 대형 컴퓨터 128개가 정렬을 맞춰 나란히 서 있었다.
연산속도 25.7페타플롭스(PF, 1PF=초당 1000조번 연산)를 자랑하는 세계 11위급 슈퍼컴퓨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1호기와 비교해 5호기의 성능은 무려 1300만배, 이전 버전인 4호기에 비해서도 80배 향상됐다.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는 7일 대전 본원에서 국가 초고성능컴퓨터(슈퍼컴퓨터) 5호기인 '누리온' 개통식과 도입 3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누리온은 다음달 3일부터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다.
슈퍼컴퓨터는 대용량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분석·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반 고성능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천 배 이상 빨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은 슈퍼컴퓨터를 경쟁적으로 개발·도입해 국가 차원에서 과학과 산업 경쟁력 확보에 활용하고 있다.
누리온은 미국 크레이사의 제품으로, 총 587억원을 들여 도입했다. 기반시설과 소프트웨어 구매비용을 포함한 5호기 구축에 9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누리온은 25.7PF 성능을 자랑한다. 70억명이 420년 걸려 계산할 양을 1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데이터 저장용량은 33.8PB(페타바이트)로, HD급 영화 675만편을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총 코어수는 57만20개에 달하고, 각 시스템을 연결한 케이블 길이만 서울∼세종∼대전에 잇는 총 132㎞에 이른다. 슈퍼컴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성인 3만7000명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1237만ℓ의 물이 시스템 전체를 순환하는 거대한 연구장치인 셈이다.
지난 9월 구축을 마친 누리온은 우주 기원 등 초거대 문제 해결과 기업의 신제품 개발 및 시장분석, 자연재해, 교통문제 등 국가·사회 현안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 쓰인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수요가 높은 SW 등 맞춤형 환경을 제공하고,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컴퓨팅 환경을 지원한다.
조민수 KISTI 슈퍼컴퓨팅센터장은 "현재는 베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함과 개선사항 등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면서 "슈퍼컴 5호기는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산학연 이용자들에게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연구 인프라로 널리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국가 슈퍼컴퓨터가 국내 연구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지 3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5호기를 구축하게 됐다"면서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 불리는 첨단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슈퍼컴 5호기가 처리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국가경제와 산업발전에 기여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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