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네이버는 정치와 不和할 것인가

[예병일 칼럼] 네이버는 정치와 不和할 것인가

[ ] | 2018-11-07 18:05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네이버는 정치와 不和할 것인가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인터넷은 한국정치와 불화(不和)할 것인가. 정치과정을 왜곡시켜 정치에 대한 신뢰와 승복을 불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공판이 시작됐다. 북핵, 실업, 불황 등 산적한 문제들로 우리 사회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단어 '드루킹'. 인터넷과 한국정치의 불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인간의 정치는 인터넷의 등장에 '기대'가 컸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을 깨워주고(동원효과, mobilization effect), 시민들이 인터넷이라는 공론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며 또 합의하며 살아가는 꿈을 꿨다. '참여'와 '숙의(熟議)민주주의'가 동시에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보이는 듯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전개됐다. 인터넷을 통해 합리적인 합의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정반대로 유권자의 정치적 태도가 양극화(polarization)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표됐다. 논문까지 찾아볼 필요도 없겠다. 지금 네이버에 가서 뉴스 댓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대화와 합의가 목적이 아니라 비난과 공격, 상대방 궤멸이 댓글의 목적임을 말이다.

정치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제4의 권부'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왜소해진 신문과 방송은 그 자리를 네이버와 다음에 내주었다. 그 결과 한 두 곳으로 집중된 뉴스 소비 공간. 이를 테크놀로지로 조작, 왜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이것이 드루킹이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인터넷이 한국정치와 불화하지 않게 하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문제의 시작점을 보면 답이 보인다. 모든 언론의 뉴스와 그 댓글이 한 두 플랫폼에 모이는 것. 네이버는 유권자들이 뉴스를 편하게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적'들이 댓글 조작을 손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준 셈이 됐다.



해법은 두 가지다. 인터넷 플랫폼이 뉴스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거나, 정치권이 법으로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이다. 물론 전자가 바람직하다. 네이버는 드루킹 사태 이후 대책 마련에 부심해왔다. 최근에는 뉴스를 모바일 첫 화면에서 빼 뒷단에 배치하고, 댓글 서비스 방식을 해당 언론사가 직접 선택하도록 바꿨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노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정면돌파'가 아닌 '절충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스가 한 단계만 들어가면 여전히 존재하며, '아웃링크' 이슈도 빠져 있다. 뉴스 유통에 따르는 수익도 가져가면서 사회적 비난도 피하는 '묘수'를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선택지에는 사실 하나가 더 있다. 직접 언론이 되는 길이다. 언론사들의 뉴스를 골라 배치하고, 일부 제작도 하는 거다. 그런데 정치가 문제다.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한국사회 특성상 그렇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정치 리스크가 큰,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26일 국정감사에 나와, 뉴스 댓글을 기계적으로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크로 자체를 기술적으로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면돌파'가 답이다.

네이버는 지금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1등의 숙명이다. 공격 중에는 '가두리 비즈니스'를 한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면 뭐라 하기 힘들다.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록인'(lock-in·가두기) 전략을 택하든, 구글처럼 다른 전략을 취하든 그건 기업의 선택이다. 그러나 정치과정에 매우 큰 부작용을 가져오는 뉴스 댓글 조작 문제는 차원이 다르다.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정치와 불화하는 사회는 '혼돈의 공동체'다. 정치과정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패배에 대한 승복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치가 법으로 강제로 규제하기 전에, 인터넷이 선제적으로 정치와 화해(和解)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가 할 일이 그거다. 이제는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지 않고 인공지능 등 미래를 위한 혁신에 몰두하는 것이 기업 자신에게도 좋다. 인터넷이 한국정치와 불화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되고 건강하게 발전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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