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과학기술이 실종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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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과학기술이 실종된 나라

[ 이준기 기자 bongchu@ ] | 2018-11-07 18:05
이준기 ICT과학부 기자

[DT현장] 과학기술이 실종된 나라

이준기 ICT과학부 기자

"많이 달라질 거라 기대했는데…, 이번 정부의 국정운영에는 '과학기술'이 안 보여 앞으로 걱정이 크네요."


최근 과학기술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이런 실망과 자조 섞인 푸념을 토로하는 과학기술인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걱정하는 연구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들이 걱정하는 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저평가되면서 과학기술 분야가 국정운영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사실 새 정부 출범 당시 과학기술인들의 기대는 컸다. 과학기술을 중시했던 참여정부의 '적통'을 이어받은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두고, 다양한 정책을 적극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국정 기조로 내세우고, '제2의 과학기술 입국'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다. 물론 과학기술인을 최고로 예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부 조직도 과학기술에 힘을 실어줬다. 과학기술부장관을 과학기술부총리로 격상해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부총리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신설했다.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는 R&D 총괄 기획과 조정, 평가 등의 기능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이관하는 등 정부 조직에 혁신을 불어 넣었다. 이처럼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선진형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했던 것이 참여정부 시절였다. 과학기술인들은 "그 때부터 과학기술계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과학기술인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와 아낌없는 지원에 가만히 있지 않았다. 스스로 혁신과 변화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을 만들어 냈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 과학기술 강국'에 올라섰다.

출연연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는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매우 높았고, '뭔가 해 보자'는 열정이 가득했으며, 실제로 우수한 연구성과들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회고했다.

참여정부 이후 10년이 훌쩍 지난 작금의 현실을 지켜보면 암담한 지경이다. 올해 국가 R&D 예산은 19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밤낮을 잊고 연구하는 과학기술인의 삶과 행복은 오히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후퇴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요즘 분위기를 보면 문재인 정부가 R&D혁신을 '사람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돌아가는 것 같다.



청와대와 정부 조직이 혁신의 부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고 싶다. 우선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남북 과학기술 협력은 우리끼리만의 '논의 대상'으로 돼 버렸고, 세 번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의 아젠다에 과학기술은 명함도 못 내밀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회담 시 수행단에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포함된 것과 달리 과학기술계 인사는 단 한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수모 아닌 수모를 겪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에 비켜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정부에 이어 부활한 과학기술혁신본부도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면서 국가 R&D사업 예산의 심의·조정 및 성과·평가 등을 담당하는 차관급 정부 조직이다.

혁신본부는 '갑'의 위치에서 정부출연구기관과 과학기술인에게만 혁신하라고 종용하고 다그칠 뿐, 정작 본인들은 '혁신'과 담을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다 보니 20조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의 조정, 배분에 있어 부처 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여전히 기재부의 그늘 속에서 가려져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도 부처와 호흡을 맞추지 못한 채 겉돌아 '이름'만 있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과학기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ICT 분야에만 관심을 가질 뿐 과학기술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 거버넌스의 민낯이다.

매년 10월 과학기술계는 죄인(?) 취급을 받는다. 22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을 부러워하고,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No Action, Talk Only' 뿐이다. 통렬한 반성과 통찰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언제까지 일본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은 혁신성장은 과학기술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전면에 내세워야 할 때다.

이준기 ICT과학부 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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