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주의자만 득실...세상물정 좀 아는 인물로 확 바꿔야" [김성훈 前 농림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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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주의자만 득실...세상물정 좀 아는 인물로 확 바꿔야" [김성훈 前 농림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 이규화 기자 david@ ] | 2018-11-09 12:48
"출세주의자만 득실...세상물정 좀 아는 인물로 확 바꿔야" [김성훈 前 농림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인터뷰.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성훈 前 농림부장관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농업이 기간산업이자 안보산업임에도 낙오산업으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서도 역대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질타했다. 농업 농촌 농민을 보조금으로나 유지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오인하게 만든 장본인들은 당국자들이라는 말이다. 김 장관은 농업의 선진화 없이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고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대접도 받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김 전 장관은 우선 '3농'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이 대오각성하고, 3농도 스스로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FTA로 피해보는 농어민을 돕기 위해 농어촌상생기금을 설치하고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출연 받으려 하는데요.

"농어민을 돕는 취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이 생돈을 내려고 하겠습니까. 방법이 틀렸어요. 수입할 때 징수하는 등 시장에 녹여서 기금을 만들어야지 현금을 출연하는 방식으로는 저항을 부릅니다."

-농업이 식량안보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이지만,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 생산은 2%도 안 됩니다. 농어민은 약 240만명이고 농어업 종사자는 149만 명인데, 여기에 무한정 재원을 투입할 순 없지 않습니까.

"현재 농민은 전체 인구의 4% 정도인데 계속 줄고 있어요.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습니다. 산하 공공기관도 자꾸 생기고 있고 직원들도 증원되고 있어요. 농민이 주는데 왜 농민을 지원하는 부처와 기관들은 늘어나야 하나요. 반대로 줄어야 정상 아닌가요? 농업진흥청 공무원은 아마 7000명 쯤 될 겁니다. 이밖에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솔직히 없어도 될 공사와 공직자가 너무 많아요. 이런데 들어가는 경상비를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한 데 쓰면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해야 하는데,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아쉽습니다."

-우리 농업에는 5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영부영 무책임한 농업 관련 공직자, 농업을 효율로만 보는 외눈박이 경제학자, 손에 흙 하나 묻히지 않은 얼치기 농업경제학자, 표만 계산하는 정치권, 무조건 투쟁만 일삼는 농민단체들을 말합니다. 우리 농업 농촌 농민이 잘 되려면 이들 5적이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현재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이 무너졌어요. 농지를 투기장화한 결과이기도 하고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현재 위장된 소작농이 약 70% 가량 되는데, 물론 옛날처럼 소출의 절반을 빼앗기는 그런 소작농은 아니지만 자기 땅을 충분히 갖지 못한 농민들이 많아요. 가령 상속 받은 농지는 영농을 직접 하지 않으면 팔게 돼 있는데, 이게 높은 양도소득세 때문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이런 제도적 미비점을 정책 담당자들이 보완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어요."

-추곡수매 대행 등 정부 농업정책의 시장화를 담당하는 농협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나요.

"지금 농정이 잘못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농협의 귀족화' 문제입니다. 농민을 위한 조직이 농민을 대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으로 변했어요. 중앙회장은 무보수 봉사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앙회장에 너무 권한이 집중돼있어요. 농협은 금융까지 하면서 이젠 재벌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농가소득이 우리나라 평균 가계소득의 60% 정도인 3800만원 밖에 안 되는데, 이들의 평균 연봉은 그 2배나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생활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나섰는데, 농협은 그 첫 번째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 농협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슬림화 했는데 그 이후 정권들에서는 이렇다 할 개혁이 없었어요. 농협을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 시급합니다."

-내일 모레가 농업인의 날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행사를 크게 여는 것 같던데요.


"제가 농림부장관 재임 시 농업인의 날의 의미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행사를 키웠어요. 11월11일이 한자로 십(十)과 일(一)을 합쳐 토(土)자가 겹치는 날이어서 지정했는데, 이 날 하루 만이라도 농업의 가치를 생각하고 농업을 지키자는 취지로 생기게 됐습니다. 1998년 농업인의 날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우리 농업의 나아갈 길로 친환경 농업을 선포했어요. 우리 '땅심'을 회복하고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농업을 새롭게 보자고 했지요."

-요즘 농촌에는 농지와 산지를 파헤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붐이 일고 있습니다. 농외소득 보전이라는 달콤한 말로 농촌 경관을 망치고 있는데요.

"찬성하는 농민보다 반대하는 농민들이 더 많아요. 한번 설치하면 수십년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것도 결국은 농민 보다는 태양광 업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중앙정부나 지자체는 가만히 있고 농민들이 필요하면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있는데, 독일 방식에서 배워야 합니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탈원전 무마용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됩니다."

-디지털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 농업은 어떻게 변신하고 발전해야 하나요. 농민 단체들이 반대해 스마트팜은 한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는데요.

"농업은 식량 생산 그 이상의 가치와 기능을 갖습니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본령의 식량 생산 외에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농업의 '다원적 공익 기능'이라고 합니다. 이 개념은 OECD 등 국제기구 등에서도 인정하고 다자간 무역협정에서 농산물은 예외를 인정받고 있어요. 농업은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국가안보적 기능, 농촌사회를 형성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기능, 가을의 황금 들녘에서 보듯 아름다운 경관으로서 기능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면적 가치와 기능을 갖습니다. 이런 농업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히 친환경 농업이에요. 그 중에서도 자연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유기농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팜이 농촌의 현실을 무시하고 농민을 배제하고 추진되니까 반대하는 겁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건전한 가족농(지역공동체)를 선호하는데, 가족농이 주체가 되어 스마트팜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LGCNS가 새만금에 추진하다 도중하차 했는데, 이 문제는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농촌 농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해결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고 있고 단위 면적당 농업생산량 증대는 한계가 있는데,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만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5% 정도인데 국내 농산물 생산량도 식용으로만 쓰면 충분해요. 가공과 사료용, 공업용을 쓸 수 있는 양이 모자라 수입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유기농 생산으로도 식량 생산 수급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습니다. 유기농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기농 전환 직후 3년 이내나 그런 것이지, 4년 이후 안정화되면 생산량은 늡니다. 유기농 농법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어 친환경 유기농 농업도 충분히 국가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농산물의 30% 이상이 유통 조리 과정과 먹다 남는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IoT와 드론 기술 등을 이용해 유통혁명을 일으키고 AI로 수요공급을 빈틈 없이 잘 맞추면 낭비되는 식량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장관님은 GMO(유전자조작농산물) 반대 운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GMO 추방운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직 GMO의 유해성은 증명된 게 없지 않습니까.

"그것은 몬산토 장학생들의 주장입니다. GMO가 등장한 지 이제 20년 밖에 안 됐어요. 징후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더 지나야 합니다. 쥐에서는 이미 GMO가 해롭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상식적으로 봐도 GMO 농산물은 피해야 합니다. EU는 적극적으로 GMO를 관리하고 있어요. 러시아 같은 경우는 GMO를 생산하지도 수입하지도 먹지도 않습니다. GMO는 유전자를 조작해 병충해에 강하게 만든 건데, GMO 콩과 옥수수는 아무리 제초제를 뿌려도 풀만 죽지 작물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요. 유전자를 조작해 제초제 성분에 대한 내성을 키운 것인데, 그렇게 재배한 콩과 옥수수를 먹으면 그 내성이 사람에게 전이되지 않겠습니까."

-국내 GMO 농산물 유통과 사용 실태는 어떻습니까.

"국내에서는 가공식품에 GMO를 수입해 쓰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가 마트에서 GMO가 들어있는 가공식품을 가려낼 수가 없다는 겁니다. GMO 첨가 표시를 못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농민이나 농식품회사가 '우리 식품에는 GMO가 들어있지 않다'고 표시하는 것도 막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은 복지부 산하 식약처 소관인데 식약처의 농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GMO 관련 회사들의 로비가 먹힌 것이라고 의심 할 수밖에 없어요. 국민들은 어떤 식품에 GMO가 들어가 있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어떤 식품에 GMO가 들어가 있는지 알아야 피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저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식탁이 궁금해요. 혹시 GMO가 들어가 있는 식품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한국 농업 농촌 농민 3농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농업은 앞으로 자손만대로 이어질 기간산업이자 안보산업이고 생태계를 지키는 수호산업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류가 진화한다 해도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 과제입니다. 그것을 담당하는 농업과 농촌 농민을 단순히 산업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다원적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한국 농민들은 세계 어떤 나라 농민들보다 부지런하고 영리합니다. 다산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상농을 하게 되면 우리 3농은 미래가 밝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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