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 한양대학교 과기정책학과 특임교수
![[포럼]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위한 성공 조건](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302102269640001[1].jpg?var=2439 "[포럼]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위한 성공 조건")
최근 들어 혁신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모든 관심은 소득주도 성장에 모아졌고 혁신성장은 슬로건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한계에 부딪히고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이제 혁신성장이 부각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9월 국회에서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지만 그동안 금기시되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율 확대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어렵게 형성된 규제개혁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요즘 세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규제개혁 과제는 우버로 대변되는 차량공유 서비스다. 국토교통부를 비롯해서 4차산업혁명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에서 개혁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카풀·택시 TF'를 공식 출범시켰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일부 국회의원들은 우버가 혁신성장의 아이콘처럼 부풀려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차량공유 서비스 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택시회사들이 정부와의 논의 테이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개혁에 반대한 그룹은 여당 내 일부 국회의원과 시민단체였다. 실제 이해관계가 있는 시중은행은 관주도 금융이라는 틀 속에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 속에서 당정협의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다르다. 택시회사와 관련 IT 기업은 물론 택시기사라는 거대한 이해관계 그룹이 있다. 이들은 대규모 시위는 물론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한다. 대통령이 의지가 있다고 되지 않는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합의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논의를 진행하고 각자의 입장차이 까지는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금과 다른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
첫째, 택시회사가 차랑공유서비스 회사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지금 택시회사가 논의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의 논의과정을 보면 IT기업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사납금제 폐지로 대변되는 택시기사의 이해관계는 국토교통부가 잘 대변하고 있다. 모두 택시회사에게 기득권을 내놓을 것만 요구할 뿐 이들의 입장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택시회사의 기득권을 보장해 줄 수는 없지만, 차량공유서비스를 도입하는 IT회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논의 대상을 중앙정부만 아니라 지자체 규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는 주로 국토교통부의 규제에 맞춰져 있다. 사실 택시회사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 규제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서울시는 택시요금은 물론 택시차량의 색깔까지 결정한다. 서울시가 최대주주인 ㈜한국스마트카드는 택시 결제정산사업을 독점하고 있으며 카카오택시와 같은 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는 준공영제를 통해 사실상 버스를 운영한다. 이런 내용을 빼고는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개혁 방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기 어렵다.
셋째, 논의창구를 총리실로 단일화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경우 논의과정은 물론 의사결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지금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여당 TF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신뢰를 쌓기 어렵다. 차량공유 서비스는 많은 표와 직결된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다. 국토교통부가 감당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산업계는 보복이 두려워 규제 담당부처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총리실은 규제 담당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데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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