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욱 칼럼] 脫원전 앞서 산업구조부터 따져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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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욱 칼럼] 脫원전 앞서 산업구조부터 따져봐야

   
입력 2018-11-12 18:04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번 여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건설된 지 40주년 만에 가동을 완전 중단하였다. 고리1호기는 미국으로부터 턴키(Turn key)방식으로 건설되어 우리에게 인계가 되었다. 그 이후로 국내 전기 생산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국내 산업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에 이어 6번째로 원전이 많다.


그동안 값싸고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원전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관리의 위험성,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과 폐로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실제 비용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탈원전 정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아직까지 원자력 만큼 저렴한 단가로 전기를 공급할만한 대체 에너지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여 현 정부의 목표치 만큼 전기생산 비중을 20%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서울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용지가 있어야 서울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언제까지나 안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40여년의 기간 동안 시대도 많이 변했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제 우리는 '탈원전 시대'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고, 신재생에너지로 관심을 돌려야 할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독일 등 여러 선진국들은 운영중인 원자력발전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정책을 전환을 하고 있다. 2018년 블룸버그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73%의 발전설비 투자가 신재생에너지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64%로 늘고, 원자력발전은 10%대로 줄어든다. 아직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에너지 중심이 석유·원자력에서 풍력과 태양광 등의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7일 에너지분야 민간 전문가 70여명이 참여한 워킹그룹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국가 에너지 최상위 계획인 3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는 2040년까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중장기 추진방향을 담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제법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미세먼지' 대책 또한 에너지와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국내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대폭적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정책전환이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음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그동안 모든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는 바로 '에너지' 였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세돌을 바둑으로 압도하였던 알파고의 소비에너지가 이세돌의 20배가 넘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행히도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에서는 '수요관리 중심의 정책전환'의 기조를 이어받아 에너지 전환과정에서도 에너지 고효율 소비구조로의 방향을 잡음으로서 이에대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사물 인터넷, 전기자동차 등과 같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신기술들이 에너지의 뒷받침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함께 우리는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 분야와 더불어 에너지저장기술 분야에도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하고 연구자들은 정부에 의존하기 보다는 연구과제에서 타국들과 차별성을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중인 원자력발전소는 과거의 그것들보다 10배 이상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탈원전이 실행되어야만 신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흑백논리에 갖혀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누구보다 앞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매우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에 앞서서 우리 산업구조는 그 변화를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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