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기고] `과학기술장관회의` 부활에 거는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1302102369640002[1].jpg?var=0120 "[기고] `과학기술장관회의` 부활에 거는 기대")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지난 달에 있었다. 우리나라는 올해도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올해 노벨상의 특징은 기초과학분야를 오래 연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는 96세로 노벨상 전 분야를 통틀어 최고령 수상자 기록을 갱신했다. 여성 수상자가 2명이나 배출되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일본은 2년만에 생리의학상 분야에서 24번째 노벨과학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일부 일본 언론에서는 지금처럼 기초과학 홀대가 이어지면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명맥이 곧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어 지금까지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우리를 부럽게 하면서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실패가 곧바로 과학기술의 실패는 아니다. 지난 달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2018년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0개 국가 중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15위다. '정보통신기술(ICT) 보급'은 세계 1위로 평가됐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중, 인구 1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 등을 종합한 '혁신역량'은 세계 8위로 평가됐다. 이런 평가처럼 과학기술이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성장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원동력이 돼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오늘날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는 우리에게 과학기술중심사회로 다시 한 번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을 넘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현 정부가 과학기술정책의 큰 방향을 사람과 사회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출범시키고 올해 높은 R&D 투자비중에 비해 질적 성과가 미흡한 국가 R&D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사람중심의 국가 R&D혁신방안도 발표하는 등 국가기술혁신체계를 고도화하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도 10년만에 부활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도입하면서 과학기술 분야 정책 현안을 협의·조정하기 위해 2004년 11월에 신설됐다. 출범 이후 총 28차례 회의를 열어 140여개 안건을 처리하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폐지됐다. 현 정부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국가기술혁신체계(NIS)2.0' 추진 컨트롤타워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여 부활시켰다. 부총리가 위원장을 맡았던 참여정부 때와는 달리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13개 부처 장관이 참여한다. 제1차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이번 달에 첫 회의가 열린다.
과학기술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및 자문기구인 대통령 주재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더불어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현안과 주요 정책을 논의하여 조정하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의 부활은 국가과학기술 정책의 전략적인 거버넌스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국가 정책의 큰 기둥인 경제 사회 분야 장관회의와 연계하면 과학기술강국, 4차산업혁명 대비, 혁신성장동력 확보, 일자리 창출, 국민 삶의 질 향상 등 국가 정책 전반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가 된다. KISTEP도 이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필자가 원장으로 부임한 후 혁신전략연구소를 설치하고 정책기획 기능을 강화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였다. KISTEP은 NIS2.0 관점에서 오래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하였으며,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국가과학기술혁신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하여 국가R&D혁신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은 국가R&D 20조원 시대가 열리고 사람중심의 R&D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해다. 부활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국가R&D혁신전략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 기구, 4차산업혁명 등 혁신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 조력자, 과학기술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추진체로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