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에 초과자본금의 주주 환원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지난 13일 저녁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보낸 서신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 자동차 컨설팅사인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의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영으로 상당한 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며 "주주환원의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또 "현금흐름에 대한 일관되지 못한 보고 방식으로 현대차그룹의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실제 현금흐름이 왜곡되거나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엘리엇은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에 대한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 엘리엇과 다른 주주들과 협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초과자본금을 환원하고, 현저히 저평가된 현재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매입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고, 모든 비핵심 자산에 대한 전략적인 검토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현대모비스 모듈·AS(애프터서비스)부품 사업을 떼어 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고 했지만 엘리엇 등의 반대로 포기했다. 엘리엇은 지난 8월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을 현대차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핵심 부품사업을 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는 안을 제안했지만 현대차그룹은 거절했다.
한편 KB증권은 14일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초과자본금 주주 환원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을 두고 잠재적인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라고 풀이했다.
강성진 연구원은 "이번에 엘리엇이 전달한 서한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며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의 과도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적 컨설팅 업체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이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차(46.4%), 현대모비스(48.1%) 등의 주총을 최소화하고 주주구성이 유리한 현대글로비스 중심 지배구조 변화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