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또다시 현대자동차그룹 '흔들기'에 나섰다. 이번엔 최대 16조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하며 재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언급했다. 기존 내용과 다를 바 없이 '속 빈 강정'에 불과한 이번 요구가 잠재적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전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 13일 저녁 현대모비스, 현대·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이사진에 보낸 서신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세계 자동차 컨설팅사인 콘웨이 맥켄지의 '독립 분석보고서'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통해 엘리엣은 "현대차그룹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로, 현대차는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의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며 "주주환원의 수준이 업계 기준에 지속적으로 미달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두 차례나 제동을 걸었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의견도 재차 강조했다. 엘리엇은 "기존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은 기업구조에 대한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3%가량의 지분으로 현대차그룹 전방위로 흔들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4월 보도자료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 10억 달러(1조70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8월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1%, 2.6%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모듈·AS(애프터서비스)부품 사업을 떼어 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려고 한 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다. 현대모비스가 분할하는 사업의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까지 나서 "끄떡없다"고 강행 의지를 표명했지만, 여론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결국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도록 할 것"이라며 자진 철회했다.
기세를 몰아 엘리엇은 지난 8월 아예 지배구조 개편안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의 3가지 주요사업 중 모듈사업과 핵심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라는 내용이다. 나머지 주요사업인 현대모비스 AS사업은 현대차와 합병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라는 현대차그룹 부품기업은 법인 자체가 사라진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공평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어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절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이 잠재적 주총을 앞두고 주주를 설득하는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엘리엇이 전달한 서한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과도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적 컨설팅 업체 분석으로 다시 한번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