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14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중과실로 결론을 내렸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당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무효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는 낮게 점치고 있다.
특히 이번 결과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와 연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증선위의 권고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수준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신 이번 결정으로 바이오와 같은 리스크가 큰 사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 신사업 육성과 투자, 일자리 창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증선위의 이번 결정이 삼성바이오의 상장폐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도입된 2009년 이후, 회계기준 위반 문제로 상장폐지가 된 사례가 없고, 수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피해 등을 고려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 역시 개선기간 부여로 결정이 났었다.
그리고 증선위의 이번 결정으로 삼성의 경영승계 시나리오 논란은 더 거세질 수 있지만, 직접적인 관련성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아울러 삼성바이오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함에 따라 그 과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8월 5일 삼성의 내부문서를 보면, 자체평가액 3조원과 시장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 즉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주가하락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를 비롯해 당시 회계업계에서도 합병 당시 재무제표 상에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3조5000억원으로 산정했고, 8조원으로 바꾼 시점(2016년 4월 작성)은 합병비율을 이미 결정한(2015년 5월) 이후라며 소위 '뻥튀기' 의혹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가 신약개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연결)회사에서 관계회사(지분법)로 바꿔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유리하게 만든 것 역시 아직 논란의 꺼리가 남아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확보할 권리를 가진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을 고려해 회계기준을 적용한 것 자체에 대한 법 위반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의 잇단 의혹 제기에 이번 결과까지 나오면서 삼성의 대외 이미지는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삼성바이오 주주를 비롯해 삼성바이오의 최대주주, 특별관계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여기에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을 비롯해,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면 삼성의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히 삼성 만의 문제가 아니고, 조인트벤처 등의 방식으로 바이오 등 신사업을 키우는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리스크가 큰 바이오 등 신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할 것"이라며 "특히 외국 자본의 유치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