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서 정부정책 쓴소리
"노동유연성 추구를" 사실상 경고
고용부도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
주 52시간 근로시간 유예기간 종료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단축 근로를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업계 내 기업들은 내년이면 당장 법규 위반으로 쇠고랑을 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탄력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면서 주 52시간 근로제를 사실상 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현안 브리핑에서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 원칙 하에서 예외적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적 제도"라며 "고용노동부는 선진국 사례를 감안했을 때 (탄력근로제의) 적정한 수준의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을 때 일을 더 많이 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일한 만큼 쉬는 근무 형태로, 주당 평균 법정노동시간을 맞추기 위해 도입됐다. 여·야·정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으나 노동계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 우려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에서도 탄력근무제 등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노동 경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이유로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는 법규를 거론하며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유연성을 도입해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고용 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탄력근로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기업에도 숨통을 터줘야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나치게 빨리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탄력근로제의 확대를 많은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력근로제 확대 등 각종 대안책들이 나오는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고용노동부는 '노동' 이외에도 '고용'을 신경써야 하는 만큼 사용자들이 노동의 경직성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는 면을 고려해 탄력적인 움직임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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