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요구
미래당 가세로 힘 받는 모양새
與 강경 입장에 예산심사 촉박
장기화땐 '감액' 실리 놓칠수도
큰 성과 전례 없어 '무용론'까지
자유한국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전략이 이번에도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19일부터 상임위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워낙 강경한 데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기간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아 이번에도 빈손으로 회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권,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일부 서울 중진 의원들이 중심이 돼 고용세습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를 저지하려는 저의는 머지않아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10만명 가까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올바르게 이뤄졌는지 실상을 소상히 알 수 있도록 국정조사를 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에는 바른미래당도 가세했다.
바른미래당도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수용하기 전까지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의총에서 치열한 의견 교환 끝에 결론적으로 국조 관철 전까지 국회 일정에 전면적으로 협조할 수 없다는 보이콧 입장을 밝힌다"며 "꽉 막힌 국회 정상화를 위해 민주당이 협력할 때"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국회 의사일정 전면거부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이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적은 데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도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야는 오는 30일에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다음 달 2일이지만, 2일이 일요일이어서 3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게 된다. 야당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특히 보이콧 상황이 길어질 경우 야당은 예산 감액을 관철시킬 시간이 부족해진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 때문에 일자리 예산 감액을 주장해 온 야당은 실리를 챙길 수도 없다.
'보이콧 무용론'도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이 큰 효과를 거둔 전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2월 여당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해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불과 11일만에 보이콧을 철회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보이콧을 선언한지 나흘 만에 빈손으로 회군했고, 같은 해 9월에는 9일 만에 보이콧을 철회했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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