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은 경제 골병들게 하는 惡策… 국가주의의 惡例"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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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은 경제 골병들게 하는 惡策… 국가주의의 惡例"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8-11-22 18:15

소득 올리려면 대규모 투자 필요… 그 돈은 기업들로부터 나와
창의적 개발분야는 '시간의 量'보다 몰입하는 '시간의 質' 중요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 제2의 르네상스와야 고용도 늘어
초격차 만들어낸 반도체 기술, 지배적 위치 상당기간 유지할 것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前 정보통신부 장관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장·前 정보통신부 장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이긴 해도 노동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또 인플레에 의해 시장에서 소화가 됩니다. 진짜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이에요. 최저임금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으나 근로시간 단축은 골병드는 일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 더 벌겠다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일률적으로 일을 더 못하게 합니까.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밤잠 안자고 오직 개발만 생각해요. 중도에 그치면 안 됩니다. 주52시간 근로를 강제하면 이런 창의적 개발 분야에서 우리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겁니다. 그게 큰 문제예요."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밀레니엄 시대 최고의 반도체 엔지니어 겸 경영인이요 테크노크라트였던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급격한 최저임금인상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주52시간 근로제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을 일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개발하며 그 자신이 야근과 밤샘을 밥 먹듯 한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급제 근로 성격의 직장은 당연히 시간의 양이 중요하다. 그러나 R&D나 디자인, SW개발 같은 창의적 작업은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의 질, 즉 몰입해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해진 근로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진 회장은 소득을 향상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은 맞지만 수단이 잘못됐다고 밝혔다. 소득을 올려주어 씀씀이가 많아지면 기업 매출이 오르고 그러면 고용이 늘어 경제가 좋아지게 한다는 정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문제는 소득주도를 무엇으로 하느냐는 것이다. 돈을 누가 댈 것이냐는 물음이다. 진 회장은 정부가 재정으로 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단정한다. 그는 "정부는 시동을 거는데 그쳐야 합니다. 나라 전체의 소득을 올리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 돈은 기업들로부터 나와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들이 의욕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주는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진 회장은 국내 최대 기술 사모펀드회사(PEF)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를 2006년 설립해 현재 국내 최대 기술PEF를 이끌며 개발 생산 현장을 지키고 있다. 500억~1000억원 내외 규모의 중소기업을 발굴해 그 10배 규모로 스케일업을 시킨다. 반도체 신화를 만들었던 열정과 추진력이 PEF에도 발휘돼 현재 가장 성공적인 기술PEF로 평가받는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가 난관을 뚫고 가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의 산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반도체 고점 논란에 대해서는 "한국 반도체는 상당기간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며 "중국의 반도체산업 투자는 한국에 위협이 안 되면서 전체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며 반론을 폈다. 반도체 고점에 대한 우려를 안심시키는 분석이다.

진대제 회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양재동 스카이레이크빌딩 스카이레이크인베스먼트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회의실은 통창으로 넓은 루프탑테라스와 연결돼 있는데 관악산과 구룡산의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요즘 한국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 출범 전 인수위 때로 기억하는데 한 방송사의 한국경제 진단 대담 프로그램에 나갔었어요. 그 때도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반대편 주장에 대해 그럼 그 돈을 누가 대느냐 논란을 한 적 있어요. 당시 저와 같은 주장을 펴는 쪽에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했고 반대 편에는 돌아가신 노회찬 의원 등이 참석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견이 심했지요. 보통 기업의 이익구조는 60% 정도가 재료비 시설비 등에 들어가요. 10~15%는 감가상각비에 쓰이고 인건비로 10~15%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되면 벌써 80~90%가 원가이고 10% 내외에서 이익을 내야하는데, 이만큼 내기도 굉장히 힘들어요. 현대차도 5%(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률은 1.18%였다) 이상 이익 내면 잘 한 겁니다. 코스닥 기업 40~50% 기업이 이익을 못 내고 있어요. 그런데 임금을 10~15% 갑자기 올리면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더 악화시킵니다."

-특히 고용 문제가 심각합니다.

"공공부문이나 재정을 쏟아 부어 만드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겁니다. 20년 전만해도 중국이 제조업 생산에서 비중이 높지 않았는데, 지금은 중국이 거의 다 만들고 있잖아요. 우리는 기술개발과 경쟁력을 높여 산업 고도화로 가야 합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전통적으로 우리가 강한 제조업 분야에서 제2의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 고용이 늘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투자를 하도록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정부가 시동을 걸고 기업이 투자를 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기업들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하고요."



-제조업에서 고용이 느는 데는 이제 한계에 왔다고 하는데요.
"전통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이 접목되면 인공지능(AI), 로봇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분도 물론 있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AI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인력이 필요하고 로봇을 공급하려면 생산공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유지 보수하는 고급 기술자 엔지니어 인력은 지금보더 훨씬 늘어날 겁니다. 공유경제를 얘기하는데, 서비스산업의 고도화에 따라 그런 방향으로 갈 겁니다. 그러나 우버와 에어비앤비 SNS 쇼핑 같은 공유경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유통산업입니다.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는 정부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기존 산업 바운다리를 깨고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데 규제가 막고 있는 게 많아요.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규제를 선제적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반도체까지 중국이 추격하고 있고 시장에서는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반도체는 앞으로 약간의 슬럼프는 있겠지만, 상당 기간 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겁니다. 10년 전 쯤 치킨게임을 통해 현재 세계 메모리 반도체산업은 3개사로 압축됐는데, 이게 다 반도체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전에는 반도체 경기순환 사이클이 있어서 시황 굴곡이 심했습니다. 반도체 장비가 매우 고도화돼 일단 생산체제를 갖추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 반도체 장비가 매우 고가라는 겁니다. 수천만 달러는 보통이에요.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데 10조가 듭니다. 짓자마자 감가상각으로 해마다 2조원씩 들어가요, 이익률도 40% 이상 나와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끊임없이 재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산업이에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가요.

"반도체 산업 자체가 이젠 치킨게임이 일어날 수 없게 변했다는 겁니다. 수요과 공급에 반도체 3사가 적응을 잘 할 수 있게 됐고, 기술적인 진입장벽도 작용하고 있어요. 현재 실리콘의 격자 폭이 0.3나노미터 그러니까 3옹스트롬까지 좁혀졌어요. 식각을 5나노미터까지 할 수 있는 데까지 들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분자구조 몇 개로 1개의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수준까지 왔어요. 하느님이 만든 물질의 한계까지 거의 도달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분야에서 기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 격차를 더 넓혀가면 새로운 도전자들이 따라오기 힘듭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격차 전략이 유효한 거군요.

"초격차 전략은 유효합니다. 격차는 더 벌어질 겁니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 생산을 한다고 해도 앞으로 자국 내 수요 정도를 맞추는 범용 제품 정도에 그칠 겁니다. 또 최근 미국정부가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아서 상당한 차질이 예상돼요.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참여함으로써 초고가의 반도체 장비 가격을 좀 낮추는 면에서는 삼성이나 하이닉스도 덕을 볼 겁니다. 중국의 참여로 반도체 장비 개발비를 같이 부담하니 저변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중국의 반도체 산업 투자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죠. 문제는 삼성과 하이닉스 자체에 있다고 봐요. 반도체 기술은 이제 미세회선폭의 한계에 거의 도달했어요. 이 한계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과제지요."

-디스플레이산업에서는 중국 기술이 우리와 거의 대등하게 됐잖아요.

"디스플레이는 기술 장벽이 별로 높지 않아요. 화소는 무한정 늘릴 수 없습니다. LCD는 20여 년 전부터 생산량이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은 어느 누가 생산성이 좋으냐에 따라 승부가 납니다. 그러나 OLED는 좀 달라요. 삼성과 LG가 1998년부터 쭉 OLED를 연구개발해와 아직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대형 OLED에서는 중국도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형 OLED 즉 AMOLED는 삼성이 아직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겁니다. 사실 대형보다 소형 AMOLED를 만드는 기술이 더 어렵거든요. AMOLED는 화소 하나하나가 빛을 내야 하고 그 화소 하나가 고장나면 불량품이 됩니다. 수율을 높이기가 매우 어렵죠. 그런데 이 분야에서 중국은 아직 한국을 못 따라와요. 콘퍼런스 참석 등으로 중국을 방문하면 중국 사람들이 반도체와 AMOLED가 부럽다고 말해요. 이 분야도 언젠가는 중국이 따라오겠지만 철저히 인재를 육성하고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합니다."

-중국이 우리 인재를 유치하는데 혈안인데 국가적으로 대비해야겠네요.

"며칠 전 국정원에서 열린 기술유출 방지 관련 회의에 참석한 적 있어요(진 회장은 국정원 활동이지만 이 부분은 밝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철저히 우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니고 있어요.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는 국정원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거고요."

-회장님 말씀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정부가 산업기술 유출방지 못지않게 경제 정책에서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 좋겠는데요.

"그 부분은 저도 아쉽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문제가 근로시간 단축이에요. 제가 반도체 개발을 할 때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집에 가서 잠깐 눈 붙이고 돌아와 또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밤샘도 많이 했고요. 밤 늦게까지 일하다보니 출출해져 밤 10시 쯤 라면을 끓여먹는 일이 많았는데, 라면을 끓여먹고 라면박스를 옆에 놓아두면 자연스럽게 쌓였어요. 그래서 어느 팀이 라면박스를 더 많이 쌓느냐는 내기도 한 적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국가주의의 가장 나쁜 사례입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R&D 연구원, 디자이너 등 창의적 일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간의 질이 중요해요. 몰입해 일할 수 있으면 밤샘은 문제 안 되고 식음을 전폐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분야에 대해 국가가 일을 더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겁니다. 우리 산업과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정책이에요.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한 분야가 물론 있죠. 가령 일반적 시급제 성격의 근로자들이에요. 이들은 시간에 따른 업무가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직종인데, 정해진 시간에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면 그만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개인에 따라 나는 일을 좀 더 해 임금을 더 받겠다는 사람을 국가가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우리 회사가 투자한 유일한 서비스업종 회사인 아웃백 같은 곳은 아침 일찍 나와 밤 10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자발적으로 더 일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규정에 따라 더 높은 시간당 임금을 주었어요. 이제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불만이 많아요. 자기 의사에 따라 더 일하겠다는데 못하게 한다고요.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를 골병들게 하는 나쁜 정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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