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경기지사도 경찰이 生死 결정하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811/2018112602102269660002[1].jpg?var=4500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경기지사도 경찰이 生死 결정하나")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이 지사는 "경찰이 수사 아닌 '정치'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들이 경찰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아내) 김혜경 주장에 공감하느냐', '경찰주장에 공감하느냐'라는 트위터 설문조사까지 실시했다. 이 지사는 경찰이 수사를 원칙대로 하지 않고, 권력 핵심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4월 드루킹 댓글사건에서 경찰의 초기 수사과정이 부실했다는 국민들의 지적과 맞닿아있다.
실제 경찰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초기에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을 거의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 후보의 관련성을 성급하게 부정함으로써 짜놓은 각본에 따라 맞춤식 수사한다는 비난도 들었다. 관련자들의 스마트폰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기에 핵심 증거들이 인멸되도록 기다렸다는 의혹마저 받았다. 권력과 관련된 수사일수록 작은 의혹도 생기지 않게 해야 함에도 경찰 스스로 의혹을 자처한 셈이다. 이러한 경찰의 초기 수사 덕분인지 김경수 후보는 드루킹 사건 연루혐의를 상당히 벗었고, 6월 지방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됐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드루킹 수사과는 완전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이 사건은 문 대통령의 측근 전해철 의원이 고발하면서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혜경궁 김씨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는 트위터를 통해 문 대통령을 가르켜 '문어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노무현 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문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설명도 나온다.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당연 드루킹 사건은 느슨하게, '혜경궁 김씨' 사건은 강력하게 조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두 사건은 경찰의 권력눈치가 그대로 반영돼있다는 평가다.
지난 6월 경기도지사 선거가 끝난 지 5개월 여가 지난 시점에서 김혜경씨가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주인으로 밝혀질 경우, 이재명 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적용돼 당선이 무효가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면 경기도지사는 재선거를 해야 한다. 만약 전 의원이 경기지사에 재도전해 당선된다면 경찰 수사에 의해 경남지사에 이어, 경기지사도 결정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2위와 3위를 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잇따른 곤란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차기 유력주자 제거작전에 들어갔다는 설명도 내놓는다. 다음 타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필자는 특정인의 정적(政敵) 제거에 경찰이 이용되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말에는 동의를 한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청와대에서 경찰수뇌부의 인사를 좌우한다는 측면에서 경찰은 권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더욱이 드루킹 사건 수사 기간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리면서 경찰의 눈치 보기가 유난히도 심해진 측면도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서는 경찰은 1차적 수사권·종결권을 부여받았다. 경찰이 오랜 숙원이었던 1차 수사권을 확보하면서 앞으로는 경찰의 독자적 수사가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경찰의 권력 눈치 보기는 그리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만약 경찰이 혜경궁 김씨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지사의 주장대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경찰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매우 커질 것이다. 또한 경찰에게 부여하기로 한 1차적 수사권에 대한 재논의 요구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경찰의 이번 혜경궁 김씨 사건 수사는 단지 이재명 지사의 운명 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권 역시 심판대에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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