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지난 가운데, 부처와 기업 현장 간 괴리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중소기업 CEO들이 중기부 출범 이후, 오히려 중소기업의 위상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중소기업 업무 수행 점수는 낙제수준인 53점을 기록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출입기자단이 중소기업 CEO 141명을 대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홍종학 장관에 대한 정책제언 의견'이라는 제목의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설문은 2017년 7월 출범한 중기부, 같은 해 11월 이 부처 수장으로 취임한 홍종학 장관의 업무수행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지난달 30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CEO혁신포럼' 참석자를 대상으로 기자단이 직접 설문지를 배포·수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지는 포럼에 참석한 250여 명에게 배포됐으며 이 중 141명이 설문에 응했다.
설문 결과, 중기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의 위상이 이전보다 악화 됐다는 응답이 35%에 달했다. '다소 악화'가 18%, '매우 악화'가 17%였다. 10명 중 4명이 중소기업청 시절보다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본 것이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21%(매우 개선 5%, 약간 개선 16%)에 그쳤다. 이는 중기부 장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홍종학 장관이 "민간 주도방식과 일자리 우선 등의 정책 전환을 통해 기업 생태계와 일자리 혁신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자평한 것과 대조된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중기청 등으로 분산돼 있던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총괄하고, 입법·예산편성과 관련해 국회 협조를 이끄는데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차관급 부처인 중기청을 장관급 부처인 중기부로 격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작 기업인들은 지난 1년 동안 정책적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홍 장관 취임 후 추진된 정책들이 중소기업의 경제활동에 기여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미(未)기여'가 45.5%(전혀 미기여 11.5%, 거의 미기여 34%)에 달했다. '기여'는 19.8%(매우 기여 3.5%, 다소 기여 16.3%)에 그쳤다.
특히 미흡했던 점으로는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 대응'이 39%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업종별·규모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해달라는 업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따른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중기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 발전·육성에 기여했다고 답변한 CEO들은 그 이유로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예산이 확대돼서'(12%)를 많이 꼽았다. 반면 '정책 혜택을 봐서'라는 답변은 0.7%에 그쳤다.
경영애로 사항(복수응답)으로는 경기침체가 26%로 가장 많았고, 최저임금 인상(25%), 근로시간 단축(15%)이 뒤를 이었다.
중기 CEO들이 평가한, 홍 장관 취임 이후의 '중소기업 업무 수행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3점에 그쳤다. 141명 중 112명이 응답했으며, 점수는 최저 0점부터 최고 95점까지 나와, 평균 52.67점을 기록했다.
한편, 주관식으로 진행한 '홍 장관과 중기부에 바라는 점' 문항에서는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건의가 잇따랐다. 한 중소기업 CEO는 "업종별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은 적절하게 조정돼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CEO는 "이 문제를 더욱 강력하게 정부기관과 협의해, 중소기업 입장을 잘 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으로 영세 중소업체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특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도 중소기업의 아픔을 치유하며 속도를 조절해달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이 밖에 "부처의 정책적 정체성을 확보하라", "장관은 빨리 사퇴하라"는 의견도 있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