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
![[포럼] IP카메라, 毒 아닌 藥 되는 보안방안](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002102369640001[1].jpg?var=0754 "[포럼] IP카메라, 毒 아닌 藥 되는 보안방안")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지난 11월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IP카메라를 해킹해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본 범인들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에는 해외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IP카메라 영상정보를 악용하여 타인의 신체 노출 장면을 녹화하고 수집한 해커가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보안과 안전, 편의를 위해 설치한 IP카메라가 거꾸로 이용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범죄 도구로도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IP카메라는 주로 시설물 보호(목장 공장 등), 반려동물 감시, 주차 관리, 탁아시설 확인 등 원격에 위치한 이용자에게 실시간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하지만 IP카메라가 24시간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며, 이용자의 보안 설정 미흡, 제조업자의 보안 기능 구현 부족 등으로 인해 해커에 의해 장악돼 사생활 침해 범죄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IP카메라가 실제 주소를 추정할 수 있는 인터넷 주소에 연결되어 있고, 영상 속의 주변 지형이나 상호 등을 통해 정확한 장소 유추가 가능해 2차, 3차 피해를 일으킬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도가 크다.
2017년 기준으로 공공 분야에만 도입된 IP카메라가 97만 대를 넘고 있으며, 2022년에는 154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이의 이용 확산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와 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부터 경찰 등 관계 기관에서도 IP카메라 관련 범인 검거 등 유사 사건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주요 주체가 참여하는 대책 마련과 이행도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의하면, 2018년 10월까지 5천여 건의 취약한 국내 IP카메라 정보가 해외 다수의 불법 사이트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비록 국내에서 해당 사이트에 접속이 불가능하지만, 해커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안에 취약한 IP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고 있다.
IP카메라가 해킹되는 주원인은 IP카메라 이용자의 미흡한 보안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가급적 보안에 취약한 저가의 IP카메라의 이용을 피하고, 공인인증기관에 의한 보안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해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제품 제조사도 IP카메라에 대한 취약점 발견 즉시 필요한 보안업데이트를 빠른 시일 내에 제공하고, 이용자가 초기 설치시 안전한 비밀번호 설정 하게 한 후 이용하게 하는 등 강화된 보안 기능의 구현 및 강화된 보안 설정을 시행해야 하며, 제품에 대한 보안 업데이트를 제 때 운영되는 제품에 제공해 주어야 한다.
정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도 손 놓고 있지 않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해외 영상물 중계 사이트 등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국내 IP카메라 정보가 노출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즉시 해당 통신사 또는 기업 등에게 관련 사항을 조치방법과 함께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올해 10월까지 불법 해외사이트에서 확인한 5천여 개의 IP에 대해 보안 조치를 취하였으며, 그 중 약 90%는 조치를 완료하였고, 보안 조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나머지 10%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도 국가 공공기관에서 IP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 적절한 보안인증(TTA 인증)을 받은 제품만 이용하도록 정책을 통해 규제하고 있으며, 해킹의 원인이 되는 취약한 비밀번호 제거를 위해 제품 제조단계에서 비밀번호 설정 기능 탑재를 의무화하는 단말장치 기술기준 고시 또한 개정되어 19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노출이 확인된 IP카메라 5천여 개 중 아직까지도 보안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카메라가 10%나 된다고 한다.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주된 원인을 살펴보면 이용자가 보안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조치 방법을 몰라서라고 하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개인 및 사기업 등에 보안성이 높은 IP카메라 제품을 이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어 IP카메라를 활용하는 이용자들이 보안 의식의 개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으나, 현재 상태를 그대로 둘 경우 일반 국민들의 사생활 피해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2차 또는 3차 피해로 연결될 수 있어서, 효과성 있는 IP카메라 보안 대책의 지속적 강화가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정부나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노력으로만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정부, 제조업자, 그리고 이용자의 보안을 위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도 IP카메라를 이용하는 이용자의 보안 의식의 증진도 요구된다. 정부에 의한 보안에 취약한 IP카메라를 능동적으로 찾아 해당 이용자에게 보호조치를 취하게 만들거나 보안 인증을 받은 IP카메라를 이용하게 요구하게 하는 등의 법제도적 근거 마련도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안전하고 보안성이 뛰어난 제품들이 이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인식 제고 활동을 통해 이용자의 보안인식이 같이 성숙해진다면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IP카메라는 우리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며 안전하게 만드는 귀한 보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