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활비 폐지했더니 지원금을 올려? 낯 뜨거운 국회의 꼼수

입력 2018-12-09 18:34

국회가 교섭단체 지원금을 정부안보다 64%나 증액해 처리하는 '꼼수'를 부렸다. 삭감된 내년도 국회 특수활동비 일부를 벌충하기 위해서다.

지난 8일 새벽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중 교섭단체 지원금은 정부안(16억 6500만원)보다 10억 7300만원이 증액된 총 27억 3800만원이다. 내년도 교섭단체 지원금은 올해 예산(특수활동비 15억 5200만원을 포함한 26억원)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는 애초 교섭단체 지원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고, 업무추진비 명목 등의 교섭단체 지원금을 16억 6500만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섭단체 지원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운영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큰 폭으로 증액됐다.

지난달 14일 국회 운영위 예산결산심사소위에서 일부 운영위원들은 내년도 교섭단체 지원금이 줄어드는 만큼 약 10억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의 끝에 운영위 예결소위는 국회사무처에서 내놓은 중재안을 받아 6억원만 증액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막바지 논의 과정에서 교섭단체 지원금은 추가로 4억 7300만원이 증액됐고, 총 27억 3800만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14일 운영위 예결소위 회의록을 보면 소위에서는 교섭단체 지원금의 증액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사무처 측은 올해 예산(26억원)과 동일하게 책정할 경우 정부 제출안과의 차액이 9억 4500만원이지만, 특활비가 타 비목으로 100% 전환될 경우 국민적 비판이 예상되니 차액의 절반가량인 4억 5000만원 정도를 증액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해 내역을 다 볼 수 있게끔 하겠다는 취지라 9억 4500만원 증액을 요구한 것"이라며 "지레 겁먹어 50%로 (감액)하는 것보다 그냥 9억 4500만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결소위 위원들은 논의 끝에 정부안(16억 6500만원)에 6억원을 더한 22억 6500만원으로 예산을 심의해 예결위로 넘겼다.

교섭단체 지원금은 예결위를 거치며 또 4억 7300만원이 증액돼 최종 27억 3800만원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른 항목의 국회 예산도 은근슬쩍 증액됐다. 교섭단체 정책개발 및 정책자료 발간·자문료는 1억원이 순증했고, 의원외교협의회 예산은 정부안(4억 8300만원)보다 5억원이 증액됐다. 위원회 활동지원금도 4000만원 증액됐고, 외빈초청 예산도 정부안(5억8000만원)보다 5억원이 증액됐다.

반면 비교섭단체 정책지원비는 정부안(13억 5200만원) 중 3억5200만원이 감액됐다. 이호승기자 yos54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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