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10월' 틈타 공매도 기승
표적 종목들 평균 22.8% 하락
IB무차입 공매도 적발에 분노
"폐지하라" 청와대 청원 봇물
최근 폭락장에서 공매도에 '된서리'를 맞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폭락장이 본격화된 10월1일부터 이달 7일 종가까지 개인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2조9907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은 4조3172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기관은 7789억원을 순매수하는데 그쳤다.
'검은 10월' 이후에도 개인은 가장 용감하게 매집에 나섰지만, 브레이크 없는 추락에 국내 증시는 개미무덤으로 전락했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 주식시장의 여건이 어려운 틈을 타 공매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개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도 주가 낙폭이 지나친 이유를 공매도가 급증한 데서 찾았다.
실제 검은 10월 한 달 동안 공매도 표적이 됐던 종목들의 주가 낙폭은 더 컸다. 10월 공매도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하락률은 22.81%로, 코스피 평균 하락률(13.37%)을 크게 웃돌았다.
검은 10월 이후 현재까지 전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액(7331억원)이 가장 컸던 삼성전기의 공매도량은 1286만7849주로 공매도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전기는 15.6% 급락했다.
삼성전자(7138억원)는 삼성전기 다음으로 순매수액이 컸는데, 주가는 11.7% 수직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전까지 공매도 '청정구역'이었지만, 현재 증시에서 공매도 순위는 2위, 공매도량은 1571만3769주를 각각 기록했다.
여기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무차입 공매도 적발 소식은 개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내 지난달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공매도 폐지에 대한 비난 전화를 자주 받는다"며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도 극중 성주 신인 마동석이 저승사자보다 공매도를 무서워할 만큼 대다수 국민이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공매도 폐지에 대한 글이 수천 건에 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작성자는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만든 제도"라며 "공매도 폐지를 원하며 아우성치는 개인투자자들이 보이지 않는가"라고 호소했다.
공매도에 대한 비판이 정점에 달하자 국회도 움직였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금과 정보에서 우위에 있는 기관과 외국인이 투기적 시세조정을 목적으로 공매도할 경우 개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차입 공매도를 포함한 일체의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매도 폐지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 선진국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해외 선진국에서도 공매도를 도입하고 있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입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금융 선진국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투자기법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현 한림대학교 교수는 "공매도는 대부분 국가에서 도입된 거래제도 중 하나"라며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가격발견 기능 저해 및 유동성 저하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차입 공매도 등에 대한 사후제재를 대폭 강화하고 개인의 공매도 참여기회를 넓혀 공매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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