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렬 서울예술대 영상학부 교수
![[기고] 유튜브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12/2018121102102369660001[1].jpg?var=3134 "[기고] 유튜브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종합편성채널들이 뉴스 화면에 '유튜브에 실시간 뉴스 방송을 내보낸다'는 자막 안내를 띄우기 시작했다. 모 성인 가요채널은 방송에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구독 버튼을 클릭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TV채널들이 유튜브라는 '남의 집'에 자리를 잡으려 하는 것이다. 신문사의 칼럼니스트와 기자들도 신문 지면과 온라인 사이트를 갖고 유튜브 방송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신문사들은 편집국에 유튜브 스튜디오를 만들어 주고 있다. 자기 매체를 가진 언론계에 '유튜브 자리 잡기' 바람이 불고 있다.
하기는, 유튜브에서의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얼마 전까지 논란이 되었고 지난달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유튜브로 몰려가는 행렬이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의 유튜브 채널 '오른 소리'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11일 당사에 촬영 스튜디오를 열고 유튜브 정치에 뛰어들었다.
이같은 소동은 대중이 신문이나 방송 채널보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의 모든 정보에 접근하려는 추세 때문이다. 동영상을 주로 보는 10대는 물론 노년층 까지도 뉴스를 보러, 가요를 들으러 '유튜브'로 가기 때문인 것이다. 유튜브에선 뉴스 뿐 아니라 뷰티, 게임, 엔터테인먼트, 신상품 리뷰 등 분야에서 많은 1인방송들이 구독자 부대를 이끌고 있다. 그에 따라 인기 1인방송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이는 돈도 상당하다. 7세 미국 소년이 장난감 리뷰로 1년 간 2200만 달러(244억원)을 벌어 수입 1위에 올랐다고 최근 보도됐다.
유튜브는 이를 홍보하여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이 뛰어들도록 하고 있다. 유튜브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쉽게 원하는 영상을 찾을 수 있게 해 놓고, 광고효과가 정확히 측정되는 시스템으로 광고주를 끌어들이고 광고수익을 크리에이터들과 나눠 또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들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사용자는 전 세계 인구 75억 명의 2배가 넘는 180억명(월 로그인 사용자 수, 2018년 5월 기준)에 달한다. 유튜브가 증권시장에 상장될 경우 그 가치는 1000억 달러(1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는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없느냐'는 의문이 나올 법도 하다. 정보기술(IT) 강국으로서 유튜브의 힘이 부럽기 때문이다. 1000년 로마 제국이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유튜브는 하루 아침에 이뤼진 것이 아니다. 구글은 2006년 태어난지 1년 반 밖에 안 된 직원 67명의 스타트업 유튜브를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고, 2013년까지도 계속 적자를 감수했다. 구글 관계자는 2014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유튜브가 겨우 적자를 면했다"(roughly break even)고 말했다. 전 세계 데이터 센터 투자비와 콘텐츠 확보 비용, 타깃 광고 등 기술개발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디어 회사들과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느라 씨름을 했고 동영상 검색 기술들을 계속 개발했다. 2015년부터 유료 프리미엄 회원제를 운영하고 실시간 채널을 가진 유튜브TV를 미국 일부 지역에서 운영하는 등 유료 확대에도 노력했다. 2018년 유튜브는 1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유튜브의 이익은 아직도 소액이라고 수전 워치츠키 CEO는 말했다.
유튜브의 성공은 주인이 구글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다른 기업이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유튜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구글이 인수 때 "유튜브는 인터넷 진화의 다음 단계"라며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비전을 갖고 적자라는 비판을 누르며 계속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모습이 있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 2013년의 경우만 해도 순이익이 129억 달러에 달해 지속적 투자가 가능했을 것이다.
유튜브는 현재도 사용자를 더 끌어들이고, 더 오랜 시간 머물도록 하려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료 프리미엄 회원에게만 제공하기 위해 자체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까지도 내년부터는 무료로 제공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성공한 넷플릭스를 견제하고 사용시간을 더 늘리기 위한 전략인 듯하다. 유튜브는 지난 10월 31일 한국 연기자들을 출연시킨 오리지널 콘텐츠 '탑 매니지먼트'를 공개하는 등 한류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은 이제 유튜브 전성시대 정도가 아니라 유튜브 천하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유튜브 온리(단일)'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국내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인 판도라 TV, 곰TV에 이어서 나온 아프리카TV,푹, 티빙, 옥수수 등도 어려움을 이겨내고 선전해 왔다. 옥수수는 플랫폼의 해외수출도 추진해 왔다. 유튜브가 거인이 되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점점 비좁아지고 있다. 국내 온라인 한류 영상 플랫폼 조차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경쟁 또는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과 차별적인 위치를 잡거나 협업 보완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국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들이 혁신적 전략으로 눈에 띄는 성공사례를 만들기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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