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멍 CFO 체포는 완전 별개"
中 기업·소비자 사이에는
애국주의 물결 거세게 일어
멍완저우 보석금 124억 제시
휴전 협상을 담당한 미·중 양국 담당자들이 서로 통화를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는 양상이다.
11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중국의 대미 무역협상 사령탑인 류허 부총리가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쌍방은 양국 정상회담의 공통 인식 실천, 다음 무역협상 추진을 위한 일정표와 로드맵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날 양국 고위 관리들의 통화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화웨이 사태로 무역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 파행은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양국은 화웨이 사태와 무역협상은 무관한 사안이라며 연일 선을 긋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9일(이하 현지시간) "멍 CFO 체포 사건은 형사 사법의 문제"라며 "이는 미·중 무역협상과 완전히 별개"라고 말했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멍 CFO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90일 안에 미국과 무역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무역협상이 어렵게 재개된 만큼 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당장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멍 CFO 체포와 관련해 애국주의 물결이 일고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스마트 제품 제조업체 멍파이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화웨이의 칩을 우선으로 사용하며 화웨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직원들에게 가격의 15%를 보조해준다고 밝혔다. 동시에 애플 아이폰을 구매한 직원들에게는 제품 가격만큼 벌금을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쓰촨성에 위치한 IT기업 청두RYD정보기술 역시 화웨이 제품을 구매하는 직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모든 회사 장비를 화웨이 제품으로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수배한 중국 최고 기술기업 경영자의 체포로 중국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미국은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서 중국을 견제해왔다. 이에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며 '신 냉전'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이날 역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도전 과제"라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회사인 블루베이자산관리의 티모시 애쉬 수석전략가는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이 무역문제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사실을 언급, 양국 간의 어떤 협상도 '최종 해결책'이나 '평화의 선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멍 CFO가 10일 법원에 보증금 1100만 달러(약 124억원)를 조건으로 석방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멍 CFO의 남편은 이날 밴쿠버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에서 두번째로 열린 보석(보증금 조건부 석방) 심리에서 현금과 자산을 합쳐 미화 1100만 달러(1500만 캐나다 달러)에 해당하는 보석금을 내겠다고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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