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때문" 공분 사더니
인력감축·민영화 등 책임 전가
결국 취임 10개월만에 하차
오영식 코레일 사장(사진)이 최근 잇단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물러났다.
오 사장은 11일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그동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경영합리화, 민영화, 상하분리 등 우리 철도가 처한 모든 문제가 방치된 것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철도 공공성을 확보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강릉선 KTX 열차 탈선 사고 원인을 '추운 날씨' 탓으로 돌려 공분을 샀던 오 사장이 악화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서둘러 면피성 사퇴를 하면서까지 인력 감축과 민영화 등 전 정권의 철도정책을 빈번한 열차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데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오 사장은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을 지낸 뒤 2003년 제16대 국회에서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해 17대와 19대 의원을 역임한 3선 의원 출신이다.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철도 관련 경력도 없는 오 사장이 지난 2월 코레일에 취임하자 '캠코더' 낙하산 인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오 사장은 취임 직후에도 해고된 파업 주도자 90여명 전원을 복직시키고, 10여년간 해고상태로 있던 KTX 여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재고용하는 등 현장에서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 실현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발생한 KTX 열차와 굴착기 충돌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8일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까지 3주간 무려 10건의 사고가 발생하면서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우고 퇴진하는 '낙하산 사장'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김양혁기자 m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