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0.17% · 송파 0.16% ↓
"조정국면 후 반등" 호가 유지
"더 떨어진다" 매수시기 탐색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역대급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9·13 대책'으로 서울 급등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이 관측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부 집주인들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면서 실수요자와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금 부담이 없는 집주인들은 가격조정 국면을 거친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은 여기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매수시기를 기다리면서 지루한 탐색전이 전개되는 형국이다.
1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2월 들어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많이 하락한 지역은 강남구로, -0.17% 떨어졌다.
강남구와 함께 송파(-0.16%), 서초(-0.11%), 용산(-0.15%) 등 올해 서울 집값을 주도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된 모양새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많이 내렸다. 지난 9월 전용 84㎡는 17억~18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호가가 16억~16억6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1억4000만~2억원 가량 하락한 것이다. 실거래는 지난 10월 2건이 진행된 이후 뚝 끊겼다. 당시 거래가격은 17억5000만원이다.
하지만 9·13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세 달이 지난 지금도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조차 내리지 않은 곳도 있다.
올해 1월 7억8000만~9억원이었던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들어 호가가 10억5000만~12억9000만원으로 1년 사이 최고가가 4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실거래가 지난 9월 1건 이뤄진 이후 3달째 끊겼지만 호가는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압구정동 한양아파트7차 전용 106㎡도 10월들어 최고 호가가 약 4000만원 가량 오른 20억5000만~23억8000만원에 매매가격이 형성됐다. 이 단지 역시 지난 8월 2건의 실거래가 이뤄진 이후 4달가량 거래가 끊긴 상태다.
현장 공인중개사들은 자금여유가 있는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버티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내년에도 상승폭은 축소되겠지만 서울 아파트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이 아니고서야 급하게 내놓을 이유가 없어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규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인위적인 가격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은 2019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내년 서울 집값 상승률을 1.1%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는 1.6%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아파트값이 내년 집값 상승세를 주도할 것으로 봤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년 전국 집값전망이 0.4%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 비교하면 서울은 집값이 내년에도 더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실수요자들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실수요자들의 판단 근거에는 내년 집값 전망이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의 2019년 집값 전망을 보면 수도권은 0.2%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의 상대적 강세가 유지되나 시장 전반의 어려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자금 여력은 되는데 전세만료 기간이 다가오면서 매매를 고민하는 수요자들이 현장 발품도 많이 팔고 전화로도 상담을 많이 한다"며 "매주 집값 하락 폭이 커지고 있으니 기다리면서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도 집값 전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결론짓기보다는 분위기만 전달하는 형식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무실에 있으면 방문하는 사람보단 전화상담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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