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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언제까지 業을 業報로 쌓을 텐가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8-12-11 18:01

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들은 파생금융상품이라는 말을 들었다. 꼭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만들기도 예사롭지 않고 팔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는 거다. 둘 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 될 수 있다는 데 이르면 참 탁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여론 형성층의 사람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정권을 비판하면서 가정법을 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이런 식이다. "나는 책임질 일도 직을 잃을 것도 없지만" "은퇴해 조용히 살고 있지만" 심지어,"나를 털어봤자 나올 게 없을 거지만." 그러면서 소위 '적폐청산', 포용적 성장, 좌 편향된 일회성 현금 살포 복지, 안보의 대문을 열어주는 실책 등을 비판한다.
반(反)정책 목소리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매우 성공적으로 먹히고 있다는 징후다. 지금 적폐청산의 충직한 손발이 된 검경에 한 번 걸리면 개미무덤에 걸린 개미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 뿐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부 각 부처에 설치된 20여개 적폐청산TF는 아직도 활동 중이고, 어떤 법에 의해 운영되고 예산이 집행되는지 깜깜이다. 일단 적폐청산의 대상에 오르면 별건에 별건을 다 동원해 인격살인을 한다. 그러니 몸 사리는 사람들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검경의 이런 행태가 일반국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면 국민이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 이는 1930년대 대중선동으로 집권한 나치가 국민을 길들였던 방식이다.

문 정부 들어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를 포함해 적폐 대상이 돼 수사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여러 명이다. 검찰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구속영장이 떨어지기 전인데도 이 전 사령관을 수갑 채워 언론 앞에 세웠다. 군이 투입된 상황에서 군의 민간 지원 상황과 유족들의 동향을 공식보고서를 통해 보고한 것을 갖고 민간인 사찰이라며 인격살인식으로 수사하는 데에 3성 장군으로서 모멸감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전 사령관은 그럼에도 유서에 "세월호 사고 시 기무사와 기무부대원들은 정말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음. 5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그때의 일을 사찰로 단죄한다니 정말 안타깝다"며 "검찰 측에게도 미안하며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거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랍니다"고 복수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기무사 사찰 혐의라는 업(業)의 종지부를 찍길 원했다. 업보(業報)를 쌓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문 정부는 업을 업보로 쌓아가고 있다. 업은 기승전결로 끝난다. 마무리 하지 않으면 업은 십중팔구 업보가 된다.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거의 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거나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포용적 성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포용해야 할 저소득층을 이 한파 속에 거리로 내몰고 있다. 3주 후 10.9% 더 오르면 어떤 업보가 나타날지 모른다. 민노총의 막가파식 주장에 수수방관하거나 동조한 결과 이제 노동개혁은 이 정부에서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직권남용을 걸어 적폐청산을 한다는데, 자신들의 그런 행위가 바로 직권남용이 아니고 무엇인가.


내년 예산 가운데 보건 복지 고용 분야에만 161조원이 투입된다. 그 중 20%인 33조원이 현금살포다. 빈민구제에서 가장 나쁜 방법이 현금을 나눠주는 것이라는 점은 이미 동서고금을 통해 입증됐는데, 인기영합주의 복지를 답습하고 있다. 이 또한 업보로 돌아올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방어를 위한 정찰활동도 못하게 함으로써 안보라인을 무너뜨렸다. 그것도 모자라 한강하구에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에 가까운 비행금지구역을 추가 설정하려 한다. 이 또한 안보 자살행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놓고 금감원이 자신들이 내렸던 결정을 번복해 바이오산업에 충격을 안긴 일은 백보 양보해도 납득이 안 간다. 바이오산업은 반도체 이후 우리를 먹여 살릴 미래 대표 신성장산업이다. 주식거래 재개 후 주가가 폭등한 것만 봐도 시장의 판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득 될 게 없는 이런 해프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개정도 필요하다면 소나기를 피해 때를 봐서 해도 늦지 않다. 정책이 기승전결로 완결되는 게 아니라 '기승전기'(起承轉起)가 돼 '업보를 대량 생산하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이 금융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것처럼 정책도 여론시장에서 사고 팔린다. 상품의 기대수익이 높으면 수요가 많아지는 것처럼 정책이 바르고 생산적이면 지지는 올라간다. 업보를 만드는 정책은 다음 선거에서 낙선이라는 쪽박으로 나타난다. 영화 '바울'에서 바울은 "악은 악으로 이길 수 없고 선으로만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업을 업보로 쌓는 일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대오각성 기독교 성대를 연 '바울'을 보길 권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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