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50억 유로 가량 구멍 예산
EU 내에서 위상 추락 불가피
시위대 요구에 따라 세금 인상 계획을 줄줄이 철회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문제는 오랫 동안 프랑스 정부를 괴롭혀온 고질병이었다.
이에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지도자'였던 마크롱 대통령의 위상도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제시한 유류세 인상 철회, 저소득 은퇴자 사회보장세 인상 백지화, 추가 근로 수당 비과세 조치 등만 합해도 연 100억 유로가량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부가 추산한 바에 의하면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2.8%로 예상됐던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노란 조끼' 시위에 따른 정책 후퇴로 3.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취임 후 나랏빚을 통제해 건전재정의 기틀을 다듬고 유럽연합(EU)의 경제통합 심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됐다.
전날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놓은 조치들을 합하면 연 150억 유로가량의 구멍이 예상된다. 이는 회원국의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아래로 제한하고 있는 EU 룰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재정지출 축소 조치에 따라 2.6%를 기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프랑스 정부의 여론 무마책 탓에 누적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GDP의 10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U의 권고 상한선은 GDP의 60%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간 EU의 건전성을 위해 회원국들이 재정적자 룰을 준수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프랑스 재정적자 심화하면 EU 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위상도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이탈리아 정권은 프랑스를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실세이자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이날 EU 집행위원회에 "우리의 예산안뿐 아니라 프랑스의 예산안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규정이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면 EU는 프랑스에 대해서도 역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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