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원로그룹 2선 용퇴
부회장·사장단 교체로 변화예고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세대교체와 쇄신을 통해 '정의선 친정 체제'를 구축하고 제2의 도약에 나선다.
정몽구 회장을 보좌하던 원로들은 대거 2선으로 물러나고,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사진)이 영입한 인재들을 중심으로 사장단을 새로 꾸렸다. 신임 대표이사는 모두 50대로, 사장단 평균연령도 57.9세로 젊어졌다.
현대차그룹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부회장단,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기존 인사보다 열흘이나 앞당겨졌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크리스마스인 25일 전후로 임원 정기인사를 실시해왔지만, 올해 정 수석부회장이 그룹 경영 총괄에 나서면서 시기를 앞당겼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김용환 현대차그룹 기획조정 담당 부회장의 보직 이동이다. 현대차그룹은 김 부회장에게 현대제철 부회장직을 맡겼다. 그는 그룹 내에서 일명 'MK의 남자'로 불린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다. 김 부회장은 1983년 현대차에 입사해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으로 발령난 2003년까지 20년 동안 현대차에서 일했다. 지난 2010년 그룹 기획조정 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총괄하며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권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탰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등 여러 인수합병(M&A) 업무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며 정몽구 회장의 큰 신임을 받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한 정 회장은 쉬는 시간마다 김 부회장을 찾으며 수시로 접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연구개발(R&D)을 담당했던 1954년생 양웅철(연구개발담당)·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됐다. 기존 현대차그룹에는 정 수석부회장 외 김용환(그룹 기획조정), 윤여철(노무·국내생산), 양웅철(연구개발총괄), 권문식(연구개발본부장), 우유철(현대제철), 정태영(현대카드) 등 6명의 부회장이 있었다. 6명의 부회장단 가운데 정태영(현대카드)·윤여철(노무·국내생산) 부회장만 자리를 지켰다. 정몽구 회장 최측근으로 사실상 10년 넘게 장기 집권을 해온 부회장단의 2선 후퇴는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쇄신을 의미한다.
반면 주요 계열사 대표직에는 젊은피가 대거 수혈됐다. 새 부회장·사장단 26명 중 14명은 50대다. 특히 현대·기아차 R&D 부문은 글로벌 혁신을 위한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차량성능담당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이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았고, 현대오트론 조성환 부사장은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발령났다. 현대·기아차가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처음이다.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를 중용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앞서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디자인최고책임자(CDO)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각각 임명한 바 있다.
전략기술본부장 지영조 부사장은 2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스마트시티와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AI) 등 핵심과제 수행과 전략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 수석부회장이 실질적인 친정체제를 공고히 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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