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KAIST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가 14일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과학계 안팎의 비난여론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를 앞두고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도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출연연은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과학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연구자의 연구환경 위축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도 이날 신 총장과 관련한 의혹과 한국 정부의 직무정지 요청 등 강경 대응 입장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다뤄 이번 사태가 해외 과학계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 여부가 과학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KAIST 이사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 쥘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항공우주연구원 박사)은 "신 총장의 비위행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기부가 직무정지를 성급히 요청한 것은 정부 부처의 감사 절차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물론 문제가 있었다면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감사결과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나 소명 없이 검찰고발과 이사회에 직무정지 요청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이어 "KAIST 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 총장에게 2014년 DGIST 총장 재직 시절의 업무에 대한 감사결과를 갖고 'KAIST 총장'으로서 직무정지를 요청한 것은 넌센스 같은 일"이라며 "지금은 DGIST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KAIST 총장에 대한 직무를 정지토록 한 것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이사회를 하루 앞둔 이날 KAIST 교수협의회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승섭 KAIST 교수협의회장은 "KAIST 총장의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총장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에 있어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KAIST의 꾸준한 정진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KAIST 교수와 과학기술인은 지난 7일부터 받기 시작한 정부의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서명 인원이 8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기정통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평생 연구와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기술인들은 이어 "불분명한 의혹과 성급한 판단으로 국제적 지명도와 국가적 기여도가 큰 과학계 리더에 KAIST 개교 이래 최초의 직무정지 총장이라는 굴레를 씌운다면, 앞으로 과학계에 헌신할 연구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지낸 과학기술인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최종 감사결과가 나오고 사실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횡령, 편법채용이라는 말을 쓰면서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너무 성급하게 했다는 주장들로 과학계가 들끓고 있다"며 "정부는 직무정지요청을 철회하고, 보다 정당하고 적법한 감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총장 직무정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해명에 나섰다. 손승현 과기부 감사담당관은 "DGIST(대구과학경북기술원)가 2012년 연구재단 해외우수연구센터 유치사업에 선정돼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장비를 무상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DGIST는 이와 별도로 기관 일반사업을 통해 LBNL과 게약을 맺어 총 2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장비를 무상 사용한 것으로 허위보고 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장비 무상 사용 여부를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처음부터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DGIST와 LBNL 간 계약에 대해서도 "양국 기관 간 용역계약이 미국 법과 기관 규정에 의해 검토·승인됐더라도, DGIST는 계약부서를 통한 계약이 아닌 연구 당사자끼리 절차를 진행해 결국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 감사관은 감사절차의 부당성과 관련 "11월초부터 감사를 통해 관련 서류나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로 비위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법에 따라 고발조치와 직무정지를 요구했다"며 "지난달 23일 신 총장을 만나 면담조사했고, 직무정지 요구 이전인 지난달 29일 2차 면담조사도 했다"고 해명했다. 과기부는 조만간 기관에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낼 예정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연구비 횡령과 배임 의혹 등으로 검찰고발과 함께 이례적으로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특히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할 이사회를 앞두고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자들도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출연연은 신 총장 직무정지 요청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별도의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과학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연구자의 연구환경 위축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예의주시 하고 있다.
심지어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도 이날 신 총장과 관련한 의혹과 한국 정부의 직무정지 요청 등 강경 대응 입장을 이례적으로 자세히 다뤄 이번 사태가 해외 과학계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 여부가 과학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KAIST 이사회가 누구의 손을 들어 쥘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항공우주연구원 박사)은 "신 총장의 비위행위가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기부가 직무정지를 성급히 요청한 것은 정부 부처의 감사 절차상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물론 문제가 있었다면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감사결과에 대한 본인의 해명이나 소명 없이 검찰고발과 이사회에 직무정지 요청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이어 "KAIST 총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 총장에게 2014년 DGIST 총장 재직 시절의 업무에 대한 감사결과를 갖고 'KAIST 총장'으로서 직무정지를 요청한 것은 넌센스 같은 일"이라며 "지금은 DGIST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KAIST 총장에 대한 직무를 정지토록 한 것은 분명 잘못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이사회를 하루 앞둔 이날 KAIST 교수협의회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승섭 KAIST 교수협의회장은 "KAIST 총장의 막중한 책임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총장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에 있어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 역량을 키우는 KAIST의 꾸준한 정진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가 조속히 이뤄지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KAIST 교수와 과학기술인은 지난 7일부터 받기 시작한 정부의 총장 직무정지 반대 서명 인원이 8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기정통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없이 서둘러 밀어붙이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평생 연구와 관련해 잡음이 없었던 신 총장을 배임과 횡령이 있을 것으로 유죄 추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기술인들은 이어 "불분명한 의혹과 성급한 판단으로 국제적 지명도와 국가적 기여도가 큰 과학계 리더에 KAIST 개교 이래 최초의 직무정지 총장이라는 굴레를 씌운다면, 앞으로 과학계에 헌신할 연구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지낸 과학기술인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최종 감사결과가 나오고 사실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횡령, 편법채용이라는 말을 쓰면서 총장의 직무정지 요청을 너무 성급하게 했다는 주장들로 과학계가 들끓고 있다"며 "정부는 직무정지요청을 철회하고, 보다 정당하고 적법한 감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공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총장 직무정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갖고 해명에 나섰다. 손승현 과기부 감사담당관은 "DGIST(대구과학경북기술원)가 2012년 연구재단 해외우수연구센터 유치사업에 선정돼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장비를 무상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면서 "그러나 DGIST는 이와 별도로 기관 일반사업을 통해 LBNL과 게약을 맺어 총 20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장비를 무상 사용한 것으로 허위보고 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장비 무상 사용 여부를 몰랐다고 진술했으나, 처음부터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DGIST와 LBNL 간 계약에 대해서도 "양국 기관 간 용역계약이 미국 법과 기관 규정에 의해 검토·승인됐더라도, DGIST는 계약부서를 통한 계약이 아닌 연구 당사자끼리 절차를 진행해 결국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 감사관은 감사절차의 부당성과 관련 "11월초부터 감사를 통해 관련 서류나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로 비위사실을 확인했고, 관련 법에 따라 고발조치와 직무정지를 요구했다"며 "지난달 23일 신 총장을 만나 면담조사했고, 직무정지 요구 이전인 지난달 29일 2차 면담조사도 했다"고 해명했다. 과기부는 조만간 기관에 감사 결과보고서를 보낼 예정이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시절 국가연구비 횡령과 배임 의혹 등으로 검찰고발과 함께 이례적으로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