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 프레디 머큐리, 그 삶이 내 것처럼 느껴져요"
세대 뛰어 넘은 열기… 관객 환호와 희열 이끌어내
음악적 공감대 형성…주인공 표현 러닝 타임 부족도
전설의 록 밴드 '퀸(Queen)'의 프레디 머큐리가 스크린을 통해 부활했다.
지난 10월 31일 국내 개봉한 이후 현재까지 약 730만 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12월12일 기준)을 동원하며 한 달이 넘게 장기 흥행 중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배급)는 음악의 꿈을 키우던 아웃사이더에서 전설의 록 밴드가 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독창적인 음악과 화려한 무대 그리고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134분간 숨 가쁘게 그려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수 많은 팬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명곡들의 탄생 비화를 시작으로, 괴짜 캐릭터인 프레디 머큐리의 친근한 모습에서 당대 향수와 흥미를 유발케 한다. 제68회 에미상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배우 '라미 말렉'은 프레디 머큐리의 외형을 그대로 복사했다. 마치 프레디 머큐리가 실제 부활한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고, 그의 연기를 보면서 퀸의 오랜 팬들은 더욱 향수에 취할 만 했다.
영화 제목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메인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가 작곡해 퀸의 네 번째 정규앨범 '오페라의 하룻밤(A Night at the Opera)'에 수록된 곡명이다. 당시 앨범 발매 전 싱글로 발매돼 영국 싱글 차트에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이 곡은 약 3개월 동안 100만 장 이상 팔렸다. 록과 오페라, 헤비메탈이 드라마틱 하게 어우러진 이 곡은 보컬 오버더빙(이미 있는 샘플링 음에 차례로 음을 입히는 것을 말함.)을 180회 감행해 완성도를 높였다. 6분 가까이 되는 곡의 길이 때문에 당시 음반사는 발매를 꺼렸지만 대형 라디오 방송사들이 노래를 자르지 않고 틀어줘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록 밴드 퀸을 주인공으로 한 음악영화가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예부터 흥(興)이 가득한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자막을 통해 노래 가사가 친절하게 나온다.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저마다 따라부르면서 재미와 감동이 두 배 달했다는 게 주된 관람평이다.
영화가 주는 아쉬움도 있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개인 삶을 다루는 휴먼드라마인지, 그룹 퀸의 활동을 그린 음악영화인지, 그걸 모두 담아내기엔 러닝 타임이 턱없이 모자란 게 사실이다. 기대했던 명곡들의 라이브 장면이 중간에 끊겨 감동에 대한 아쉬움도 컸고, 빠른 전개 때문에 몇 가지 중요한 장면들을 스쳐 지나가야만 했던 점도 그랬다. '보헤미안 랩소디'란 곡의 탄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풀어가다 전혀 다른 스토리로 전개되는 부분도 개연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프레디 머큐리 개인의 성(性) 정체성까지 풀어 놓는 감독의 욕심이 팬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는 단순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요소로 보여지는 듯 한 연민도 들었다.
하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동명의 곡이 20세기 나온 음악 가운데 가장 많은 16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연일 기록 행진 중이다. 세대를 넘어 신드롬에 가깝다. 국내 각 방송사와 매체들도 하루가 멀 듯 서로 앞다퉈 보도하고 자진 홍보에 열을 올렸다. 유독 국내에서 해외의 음악영화는 대부분 결과가 좋았다. '맘마미아(457만 명)' '미녀와 야수(513만 명)' '레미제라블(592만 명)'을 월등히 뛰어 넘는 독보적인 1위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리드 보컬인 프레디 머큐리만의 트레이드 마크인 완벽한 무대 장악력과 브라이언 메이의 전설적인 기타 리프까지, 밴드가 지니고 있는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세심하게 다룬 모습도 아낌없이 보여준다. 특히 라이브의 주체인 관객의 환호와 희열을 클로즈업으로 이끌어낸 명장면이 극장 안의 관객 하나하나에게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프레디 머큐리와 전설의 록 밴드 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 그리고 일반 관객들이 하나 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마지막 20여 분에서 느껴지는 전율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꼭 느껴주길 바란다. 이 영화는 내년 1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2개 부문 후보로 선정되어 그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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