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칼럼] `달러화 패권`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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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칼럼] `달러화 패권`의 두 얼굴

   
입력 2018-12-13 18:01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근래에 중국이 정치, 경제, 군사 등 다방면에서 눈부신 굴기(掘起)를 보이자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의 패권국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美中) 무역전쟁도 본질은 기술과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간의 갈등이라고 본다. 미국은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패권국이 되면서 달러화 본위의 국제통화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얻어왔다.

미국의 아이켄그린 교수는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제도를 유지함으로써 미국이 얻는 이득을 환산하면 연 평균 0.8% 포인트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저금리로 자금을 이용해온 것이다. 이런 혜택이 바로 패권국의 프리미엄이다, 예컨대 미국이 100 달러 지폐를 인쇄하는데 드는 비용은 단지 몇 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국이 달러화를 얻기 위해서는 그 가치에 상당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미국에 수출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 북한 등에 대해 경제적 제재(Economic sanctions)를 가할 수 있는 것도 미국이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하나의 역설(paradox)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세계 경제(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세계 지도자로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의 패권'이 유지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미달러화는 세계의 지불수단, 가치저장수단, 가격표시수단 등을 갖춘 국제통화로 '화폐중의 화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금 등의 가격도 유로나 일본 엔화가 아니라 U.S.달러($)로 표시된다.


최근에는 '달러화의 패권'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들은 유럽기업이 유럽에서 생산한 비행기를 구입하는데 유로화로 지불하지 않고 미달러화로 결제해야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에 대해 불만을 말한다. 달러화가 이런 권능을 잃는다면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때 미국도 상당히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다른 나라들처럼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높이 올려서 투기성 자본의 해외도피를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났듯이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었는데 아직도 미국을 안전한 피난처로 인식하고 자본이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유럽연합(EU)은 대서양 양안(兩岸)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가운데, 원유를 포함한 세계시장에서 유로화의 역할을 확대하고 미달러화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줄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을 미국발 충격으로부터 안정시키자는 것이다. 유로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유럽 기업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EU의 이런 노력은 역내 국가들이 변덕스러운 동맹국, 미국 의존을 줄이자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달러화의 권능이 단기간에 약화되지는 않겠지만 미국 역시 달러화의 패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달러화의 패권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요인은 미국이 이란 및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해 지나친 금융 제재를 실시하는 것이다. 지나친 제재는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떨어트리고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킨다. 장기적으로는 '트리핀의 딜레마'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1959년 트리핀 교수는 세계무역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세계시장에 달러화를 공급해야 하는데 이것은 미국이 그만큼 무역 적자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적자가 누적되면 달러화의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달러화를 세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통화로 유지하느냐, 또한 어떻게 미국경제가 세계 경제를 선도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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