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방안 내놨지만 비난 거세
노후소득 강화… 재정 악화 방치
정부가 네가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내놨지만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에 치우쳐, 재정불균형 해소책은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젊은층 등 후세대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기초연금은 올리고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안을 담은 4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편안은 △현행 유지안(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 유지)인 1안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은 유지, 기초연금을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2안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는 3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상향하는 4안 등 4개안이다. 4가지 개편안의 기금고갈 시기는 1안과 2안이 2057년, 3안이 2063년, 4안이 2062년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한 4개 안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초연금을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2안의 경우 후세대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간과했다는 비난이 높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 공적연금연구센터 연구위원은 "4개 안 모두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특히 2안의 경우,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대책 없이 기초연금 부담이 많이 늘어나는 안으로, 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위원은 "2안으로 갈 경우, 시간이 갈수록 젊은 세대의 부담이 가중돼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는데 전액 세금을 거둬 운영한다. 앞으로 65세에 진입할 1955년부터 1963년생 '1차 세대'들만 해도 720만 명이고, 이들의 70%에 대해 지급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해당 안은 10년 뒤 기초연금 국가 예산이 40조원이 넘는 것을 가정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에 있는 기초연금 인상 계획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 25만원을 지급하고 있는 것을 2021년부터 30만원, 또는 2022년 이후에 40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첫해 국비는 20조9000억원이 소요되고, 2026년에는 28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기초연금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지급되는데, 기초연금에서 지방비가 차지하는 비중 23%를 추가로 반영하면, 기초연금 40만원 지급에 따른 2026년 총예산은 37조1000억원이 된다.
시민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도 이번 개편안에 대해 재정불균형을 방치한 안이라고 혹평했다. 이 단체는 최근 '문재인정부 연금개혁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정부안에는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 "소득대체율 45%, 50%에 따른 보험료율 12~13% 패키지도 소득대체율 인상분 5~10% 포인트에 해당하는 보험료 인상분일뿐, 현행 국민연금이 지닌 재정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조치는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소득대체율 45~50% 방안에서 기금소진연도가 5~6년 늦어지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구조에서 보험료율과 대체율이 지닌 시차에 따른 착시 현상일뿐 재정안정화로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반 국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서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말아달라. 제 아이들에게 짐이 된다"고 글을 올렸다. "공무원 연금을 받는 복지부 직원이 왜 국민의 소중한 혈세같은 국민연금에 개혁하는가. 국민들이 국민연금 개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 "국민연금보다 공무원연금부터 개혁하라"며 정부의 개편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편, 국민연금 제도 개선은 정부가 재정계산을 토대로 보험료 조정 등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지난 8월 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현재대로 유지하면 저출산과 인구고령화, 경제성장률 둔화로 2042년에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 이에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즉각 11%로 올리거나 10년간 단계적으로 13.5%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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