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의원 112명 중 20% 달해
친박 12명·비박 9명 균형 맞춘듯
인적쇄신이 혼란 역효과 우려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5일 '물갈이 대상자' 21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한국당의 인적 쇄신이 성공할지, 혼란이 가중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역의원은 당초 10여명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당 전체 의원 112명 중 20%에 가까운 21명이었고, 전체 253개 당원협의회 중 79개(31.2%) 당협의 위원장이 교체되거나 새로 선출되게 됐다.
◇ 21명 중 친박 12명, 비박 9명= 현역 의원 21명 중 친박(친박근혜)·잔류파로 분류되는 의원은 12명, 비박(비박근혜)·복당파는 9명이다. 인적 쇄신에 대한 불만, 계파 갈등 촉발 가능성 등을 감안해 수치상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교체 대상자는 친박계에서 최경환·홍문종·윤상현 의원이 포함됐다.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참모나 관료를 지낸 김재원(전 청와대 정무수석)·윤상직(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곽상도(전 청와대 민정수석)·정종섭(전 행정자치부 장관) 의원도 교체대상에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실패,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21명 중 3선 이상은 14명으로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영남 다선 의원은 김무성·최경환·김정훈·이군현 의원으로 4명이었지만 대구·경북(TK)의 3선 이상 다선 의원은 최경환 의원이 유일했다.
◇ 비대위 발표에 반발 움직임= 당 안팎의 이목은 인적 쇄신 대상이 된 현역 의원들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인적 쇄신 대상자 중 원유철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을 살려야 한다는 선당후사의 간절한 심정으로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대한민국,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성찰하고 고민하겠다"고 썼다.
하지만 모두가 비대위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 의원은 "20대 총선 때 정책위의장을 했다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물리는 것 같은데, 정책위의장이 왜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 시기에 그런 책임을 물리는 자체도 분명히 문제가 있다. 앞으로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살아 돌아왔더니 이번에 또 이런 일을 당했다"며 "이번 명단에 포함된 것은 순전히 과거 친박이었던 상징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도 "당 개혁 운운할 때부터 나를 교체명단에 집어넣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번 발표로 비상대책위원회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의 주인은 우리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고, 하루 이틀 더 생각해보고 추후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쇄신 성공이냐, 혼란 가중이냐=조직강화특위가 현역 의원 21명을 교체 대상자로 선정하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현역 의원이 너무 많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강특위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나 원내대표와 조강특위의 갈등이 표출됐다. 나 원내대표는 15일 비상대책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대여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전사를 잃는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통합에 있어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지적한 대로 이번 인적쇄신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협위원장에서 탈락한 21명의 현역 의원은 한국당 현역 의원의 20%에 달한다. 이들이 추후 여당과 법안이나 예산으로 갈등을 빚을 때 대오에서 이탈한다면 한국당은 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윤 의원이 "무소속으로 살아 돌아왔더니 이런 일을 당했다"고 한 것처럼 몇몇 의원은 당 대신에 지역구를 선택해 독자 행보를 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내년 전당대회로 뽑히는 당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하는 게 맞지만 이렇게 현역 의원들을 많이 잘라 당만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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