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전기차 트위지 국내생산 ‘초읽기’
‘혈세투입’ 한국GM은 ‘조용’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입·판매해왔던 초소형전기차 트위지의 국내생산 초읽기에 돌입했다. 외국계 국산차 업체서 수입·판매하던 차를 국내서 생산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본사에서 르노삼성 내 입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 혈세 8100억원을 투입한 한국지엠(GM)은 수입·판매 차종을 지속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서 신차를 개발하겠다는 약속까지 시간이 아직 남은 만큼 공백을 수입·판매 차로 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수입·판매 차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벼랑 끝' 르노삼성, 로그로 기사회생…친환경차 생산거점으로 = 17일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르노삼성 쪽에서 발표(트위지 국내생산)가 있을 것으로 안다"며 "큰 틀에서 합의는 끝났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율만 남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현재 스페인 바야돌리드 르노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트위지를 국내에 수입·판매하고 있다. 트위지의 국내생산은 스페인 공장의 생산설비를 부산공장으로 이전한다는 의미다. 이 기간은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 본격 차량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수입차 업체의 생산설비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산차 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르노삼성은 트위지 생산으로 SM3 Z.E.를 포함, 국내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2대로 늘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하이브리드차를 넘어 본격적으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도달한 만큼 앞으로 친환경차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국내서는 올 들어 11월까지 1411대가 팔려나가 국내 초소형전기차 시장 강자로 우뚝 섰다. 트위지 판매량이 한국을 비롯, 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만큼 앞으로 수출에도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본사로부터 생산 배정은 곧 '신뢰'와 직결한다. 과거 2014년부터 르노삼성이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SM5로 승승장구하던 르노삼성은 이후 신차 부재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2014년 8월 미국으로 수출하는 로그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하며 기적적으로 회생했다. 2014년 3조9743억원이었던 매출은 2015년 5조183억원으로 뛰었고, 작년 6조7094억원까지 늘었다. 생산 물량도 꾸준히 늘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 로그는 2015년 9월 10만대를 시작으로, 지난달 27일엔 4년 만에 생산 물량 50만대를 돌파했다.
◇'8100억 혈세' GM 신차 배정 2종 약속…수입·판매 차종도 '쑥쑥' = 올해 초 부도 문턱까지 갔던 한국GM은 8100억원의 혈세를 지원받으며 살아 돌아왔다. 미국 본사 GM(제너럴모터스)은 신차 2종을 배정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각각 오는 2020년, 2023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를 생산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약 3년이다. 한국GM은 올해 초 군산공장 폐쇄 여파를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공장 폐쇄는 '불신'으로 이어졌고 시판 중인 차량의 경쟁력 저하까지 맞물리며 판매는 바닥을 기었다.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GM의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7% 줄어든 40만9565대에 그쳤다. 이 기간 국내 시장 판매량은 무려 31.2% 급감했고, 수출도 5.8% 빠졌다. 신차 배정에 남은 시간까지 한국GM을 비롯, 협력사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일단 수입·판매 차종을 늘리며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형 SUV 이쿼녹스를 들여왔고, 앞으로 픽업트럭 트래버스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기존 승용차에선 임팔라, 스포츠카 카마로SS, 친환경차 볼트(Volt)와 볼트(Bolt)EV까지 더할 경우 수입·판매 차종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현재까지 친환경차 볼트를 제외하면 수입·판매 차종들은 가격과 성능에서 경쟁차종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출시 초기 돌풍을 불러왔던 임팔라의 경우 국내 생산이 가시화하는 듯했지만, 결국 한국GM은 기존대로 수입·판매키로 최종 결정했다. 애초 한국GM 측은 초기 판매 동향을 살펴본 이후 국내생산도 검토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임팔라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는 수입·판매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노사 간 합의를 지키지 않고 신뢰를 깬 것"이라고 비난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