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산업 구조 개혁 지연에
반도체 등 수출 하락세 전망
재정지출 확대·규제혁파 추진
"정교한 산업정책 뒷받침돼야"
2019 경제정책방향
정부가 17일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전방위적 경제 활력 높이기다. 예산 조기 집행 등 재정 지출 확대와 세제, 금융, 규제 혁파 등 정부가 가진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민간과 공공의 투자를 살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온 세 차례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 주도 성장을 앞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의 경제 해법은 경제· 사회 포용성을 강화하면서도 막혀있던 투자의 물꼬를 트는 데 역점을 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내년 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산업 침체가 뚜렷한 데다 구조 개혁도 지연되고 있다. 반도체가 이끌었던 수출도 내년에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2.6∼2.7%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업자는 올해 증가폭 전망치보다 5만명 많은 15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 프로젝트 조기 착공'는 파급 효과가 관건=정부는 행정 절차 신속처리, 이해관계 조정 등을 통해 막혀 있던 대규모 기업 투자 프로젝트의 조기 착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자동차 주행시험로, 서울 창동 K팝 공연장 등 6조원 + 알파 규모의 4개 투자 프로젝트 조기 착공이 대표적이다.
먼저 심의 지연으로 4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초대형 건설사업인 서울 삼성동 105층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본궤도에 오른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며 1조6000억원 규모의 대·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입주하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기 착공도 추진된다.
대폭 강화되는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기준 테스트를 위한 3.5km 이상의 직선 주행시험로 설치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문화·일자리 기반 마련을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서울 창동 케이팝 공연장도 조기에 설치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를 앞에 내세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를 스케줄대로 무리 없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해관계가 첨예한 카풀(승용 공유) 등의 주제는 빠졌다. 내년에 최저임금이 10.9% 추가로 오르고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 기업을 옥죄는 법 시행 등 암초가 도사리고 있어 전반적인 기업 의욕이 살아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예산 조기 집행, 경기 회복 불씨 되나=정부는 470조원에 육박해 사상 최대 규모인 내년 예산에서 상반기 내에 역대 최고 수준인 61%를 경기고용 하방 위험에 대비해 조기 집행한다.
8조6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도서관·체육관 등 지역밀착형 생활 사회간접자본(SOC)부문에 투입한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구축 등 대규모 공공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원 사업을 확정하는 등 투자 확대 방안을 강구한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중 상반기에 반드시 성과가 나도록 중점 추진할 4개 카테고리에서 16개 과제를 추렸다.
내수를 진작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빅 프로젝트'(Big Project),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이해관계의 대립을 극복해야 할 '빅 딜'(Big Deal), 산업 혁신을 위한 정책인 '빅 이노베이션'(Big Innovation), 경제·사회 전반의 포용성을 강화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는 일부 정책을 보완하는 '빅 트러스트'(Big Trust) 등 4개 카테고리의 대부분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재정 확장만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는 없다. 일자리·SOC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기에 집행할 경우에도 시장의 도움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과감한 재정 확대 정책이 내수 소비 활성화와 기업 투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도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규제 혁파와 생산성 향상, 선도 기술 육성 등 정교한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경제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진수·조은애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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