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아도 입지·상품성 따져
2억 ~ 4억 이하 경쟁률 7.2 대 1
12억 초과 22.7대 1 '3배 차이'
전문가 "호황국면 일시적 특성"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지방 소재 저가 분양 단지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한 반면, 분양가 규제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기대되는 서울의 고가 아파트 단지로 청약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 온·오프라인 서비스 직방이 금융결제원의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격대별 1순위 청약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억~4억원 이하는 평균 청약경쟁률 7.2대 1에 그친 반면, 12억원 초과는 22.7대 1에 달해 세 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분양가 2억원 이하는 0.4대 1로 가장 낮았고 4억원 이상 구간은 20대 1로 저가 분양가일수록 상대적으로 청약경쟁률이 낮았다.
지방 저가 분양단지들이 청약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미분양도 속출했다. 올해 1순위 청약미달률은 2억원 이하가 7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2억~4억원 이하가 30.1%로 나타났다. 반면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미달률은 0.3%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할수록 미달률이 높았다.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올해 분양가 6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 분양 비중은 11.6%로, 전체 분양물량의 10%를 넘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3.8% 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분양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2억~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올해 86.6%로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특히 2억~4억원대 이하는 올해 59.4%로 지난해보다 5.7%포인트 줄었고, 2015년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이상 급감했다.
고가아파트의 청약경쟁이 늘어난데는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먼저 올랐고 분양보증 단계에서 고가 아파트의 분양가를 억제했던 것도 한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며 "높은 분양가라도 입지와 상품성이 충분하다면 오히려 가격 수용도는 더 유연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입지와 상품성이 떨어지면 가격에 상관없이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현상은 더 강해지고 있다.
함 랩장은 "고가 분양에 대한 수요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들고 가격 유연성도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만큼 분양보증단계에서 분양가 인하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분양가 인상에 따른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반복되면서 매매시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부동산 호황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어 향후 시장 트렌드로 굳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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