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집행정지 첫 심문
삼바 "바이오산업 미래 고려해서
제재집행 정지해야" 절절한 호소
증선위 "비정상적인 회계 처리
제재집행 정지 필요 없어" 주장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이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삼성바이오가 낸 집행정지 사건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삼성바이오는 '사업 폐업 위기'를 호소했고, 증선위는 제재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측은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었던 데다 증선위 제재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재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날 "증선위 제재는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선입견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바이오 산업은 높은 신뢰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인정해 버리면 저희 사업은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는 "회사와 투자자는 물론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충분히 고려해 제재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정했다. 당시 지배력 판단을 바꿀 요인이 없었는데도 회계처리를 바꿔 4조5000억원의 평가이익을 계상한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증선위는 이를 근거로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이와 별도로 회사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기업가치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주주나 채권자들이 받는 충격과 혼란도 너무 크다"며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조치에 대해서도 "사내 이사는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이사 두 명뿐 이라 이들을 해임할 경우 집행기관 및 의사결정 기관의 공백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선위 제재는 경제적 자유권을 직접 제한하는 것"이라며 "기업 이미지나 명예, 신용에도 막대한 타격을 준다"고 비판했다.
삼성바이오의 이같은 주장에 증선위는 제재가 합당하다고 맞섰다. 이날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대두된 콜옵션 부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했다"며 고의성이 인정되는 만큼 제재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제재 집행을 정지할 필요성도 없다고 증선위는 주장했다. 또한 증선위는 "재무제표를 재작성 한다고 해도 삼성바이오 측이 입게 될 불이익은 기업 이미지 손상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대표이사 해임 권고 처분으로 입는 손해도 "불명확하다"며 "대표이사 등이 입는 손해는 제삼자의 손해라서 금전적 보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인 지정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인만 바뀌는 것일 뿐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증선위는 "제재가 이행되지 않다 본안 소송에서 삼성바이오가 패소하면 신규 투자자 양산으로 오히려 피해가 확대할 수 있다"면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양측의 주장을 경청한 재판부는 "이번 사안은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가급적 내년 1월 중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심사 판단에 필요한 참고 자료들은 내년 1월 12일∼15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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