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우리민족끼리`라는 虛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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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우리민족끼리`라는 虛像

   
입력 2018-12-23 18:13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2108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 최고의 뉴스는 단연 4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과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회담일 것이다. 이는 갈등과 대결로 치닫던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오는 계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이탈리아 방문길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북한 방문을 초청하는 등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구축하려는 평화체제는 남과 북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헌법 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은 지난 70년간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를 불법 점령하고 있었던 성가신 존재로 규정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주적'이 아닌 새로운 이웃으로 설정하고 있다. 실제로 새 이웃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완화를 위해 유럽과 미국 등을 설득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는 여전히 미완(未完)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 미국의 협상이 고착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남한답방도 이뤄지지 못하면서 신뢰회복과정도 순탄치 않다.

현 정부의 평화 구축노력은 통일과정에서 꼭 필요한 국제신뢰를 훼손한 측면도 많았다.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주변 강대국들의 동의와 도움은 필수적이다. 특히 최강대국 미국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구애와 독자적인 제재완화조치는 미국 정부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외신에서는 "한미동맹에 락스텝(lockstep)이 필요하다"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두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길을 걷듯이 같은 방향으로, 같은 속도로 걸어가라는 주문은 그만큼 한국과 미국사이의 엇박자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는 나중에 통일과정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통일이 외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분단 상황이 70년이 지속되면서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변화되고 있다. 남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했던 기억을 간직한, 분단 이전을 경험했던 분들은 상당수 돌아가셨다. 또 남한과 북한에 고향과 가족을 둔 이산가족들도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통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늘어나고 있다. 즉, 통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인 상황이다.


젊은 세대들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이루기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본다. 특히 20대들은 과도한 통일비용으로 인해 자신들의 미래가 저당 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갖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전년과 같은 146만원으로 남한 주민(3364만원)의 23분의 1에 불과했다. 통일이 되면, 국민소득 3만달러의 국민에서 자칫 1만 5000~2만 달러 수준의 국민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들 20대들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철로를 통해 북한 땅을 거쳐, 유럽 여행가는 것은 찬성하지만 북한 내 도로와 전기, 통신 등을 지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것을 반대한다.

그동안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실은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통일을 가정했다. 독재자였던 이라크의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가다피가 몰락한 것처럼 김정은 일가 축출로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북한체제는 김정은 일가뿐 아니라 정치 및 군대 엘리트가 견고하게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통해서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고 이를 흡수한다는 그동안의 시나리오는 성공하지 못했다.

남과 북이 현재 상태로 상당기간 공존해야 한다면 통일을 위한 어떤 디딤돌을 놓아야 할까. 무엇보다 외교를 통한 주변 강대국의 신뢰 확보가 우선이다. 외교는 상대방에게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게임이다.

미국은 통일한국이 친중성향을 가질까 염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의 민족주의가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고 있다. 그렇기에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모두 보는 등거리외교가 아니라, 미국 편에 한발 더 다가가는 외교를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민족끼리' 독자행동은 단기간 남북화해모드를 조성할 지는 몰라도 결코 미래의 통일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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