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대한민국號 실험을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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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대한민국號 실험을 끝낼 때다

김광태 기자   ktkim@
입력 2019-01-02 18:09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지난 주말 2018년의 마지막 토요일. 날씨도 황량했다. 한 해의 끝은 그렇게 삭막했다.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늦은 오후. 아직 못다한 점심을 해결하러 모처럼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주문을 했다. 연말이라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늦어지나 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주문했던 음식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이봐. 20분이나 기다렸어. 왜 안나오는거야!" 격앙된 목소리. 건너편 의자에 홀로 앉아있던 중년의 아저씨였다. 씩씩거리며 빨리 가져오라 채근했다.

참 민망한 모습을 아이들에게 들킨 것 같았다. 사연을 들어봤다. 식당 주인은 최저임금이 올라 식당홀의 사람을 줄이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 그랬다며 어쩔줄 몰라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이 이렇게 큰 상흔을 남길 줄 몰랐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름에 따라 외식업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어느 수제 맥주 전문점은 서빙 직원이라곤 한 명도 없다. 셀프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손님은 카운터에서 무선 인식이 장착된 밴드를 받아 푸어링 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주문하고 맥주잔을 채운다. 직원과 대면하는 일은 밴드를 받고 반납할 때 뿐이다. 참 생경한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논란 많던 최저임금법 시행령이 2018년 마지막날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0.9% 인상됐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업주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외식산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2017년 7월 "외식업체들이 현재 인건비 비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부 계획처럼 2020년까지 매년 최저임금이 평균 15.7%씩 오르는 상황을 가정할 경우, 현재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예언'이 놀랍도록 현실화돼가고 있다.
가맹점주들도 비상한 각오다. 그들 또한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맹본부들이 가맹점주들의 경영압박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격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외식업계에서는 임차료와 인건비 부담 등을 못이겨 결국 매장 운영 규모를 축소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30명 중 22명(73.3%)이 새해 첫날부터 해고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너무 앞서나간 정책이 소시민의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나름 그 근거를 갖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개선→소비 증가→투자 증가→고용 증가와 경제 성장'의 선순환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구구절절 옳다. 그런데 너무 급격한 적용이 문제라는 점이다.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이들의 고용 감소를 불러와 폐해만 커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교한 대책이 없다.

어느새 새해가 밝았다. 좀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자. 새로 펼쳐진 365일. 그 하얀 여백은 가능성이다. 희망을 바라보는 것은 본능이 아닌가 싶다. 새해를 맞은 기업들의 희망가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달 27일 "2019년에는 우리 기업을 둘러싼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규제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새로운 가치를 선도할 산업혁신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정책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긴다.

직장인들은 새해 개인 소망에 '경제적 여유'를 1위로 꼽았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직장인 726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새출발을 기대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새해, 그동안 정책적 과오를 다듬고 새롭게 출발하기에 좋은 때다. 기해년 빨갛게 이글거리며 솟구치는 태양을 본다. 대한민국호, 이제 실험은 끝낼 때가 됐다. 정부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 응답해야 한다. '박항서 매직'처럼 '코리아 매직'이 한국 경제의 새혈관을 가득 채우길 기대해본다.

김광태 디지털뉴스팀장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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