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묶어두니 경제 안돌아가… 징기스칸의 `개방·도전` 배워야" [김석동 前 금융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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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묶어두니 경제 안돌아가… 징기스칸의 `개방·도전` 배워야" [김석동 前 금융위원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규화 기자   david@
입력 2019-01-03 18:18

세계경제 7.5배 성장때 우리는 40배 성장… '헬조선' 잘못된 말
한민족=기마민족, 생존본능·승부사·집단의지·개척자 근성 갖춰
기업 풀어놓고 제대로 뛰놀게 해야 '기마민족 DNA'도 발현돼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ㆍ前 금융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ㆍ前 금융위원장




"젊은 층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겼잖아요. 이거 굉장히 잘못된 말입니다. 대한민국은 성공의 역사예요. 인류 역사상 6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우리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한 사례가 없습니다. 1960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경제가 7.5배 성장하는 동안 우리는 40배(39.9배) 성장했어요.(중략)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은 규제 혁파입니다. 기업을 마음껏 뛰게 놓아두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방과 도전정신을 되살리는 게 시급합니다. 개인도 기업도 집단도 놓아두어 마음대로 뛰놀게 하면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안 놓으려하고 묶어두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2000년을 앞두고 '타임'지가 지난 1000년 역사상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을 꼽은 적이 있는데, 징기스칸이 꼽혔어요. 대몽골제국을 세운 징기스칸의 성공요인은 개방과 도전이었습니다. 같은 기마민족인 우리 한민족도 충분히 문제를 극복하고 도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이 자유롭게 창의적 사고를 하고 기업이 마음대로 투자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묶어 두지 말자는 겁니다. 틀 안에 자꾸 가두려는 것이 지금 한국인과 한국경제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큰 눈망울로 유라시아 지도와 기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기마유목민족의 히스토리를 풀어내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모습은 대하소설을 낭독하는 내레이터 같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경제와 고대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직조돼 푹신한 양탄자가 되었다. 그와의 2시간 여 인터뷰는 그 양탄자를 타고 유라시아 3000년을 종횡으로 나는 경험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라시아 대륙의 평탄하면서도 물결선처럼 끝없이 펼쳐진 지평면을 바라보면 한 없이 편안해 웅혼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공직을 떠난 지 5년이 넘은 김 전 위원장을 찾은 것은 그가 최근 10여년의 '연구 작업'을 일차 마무리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김 전 위원장은 유명한 '재야 고대사 연구학자'다. 그는 10여 년간 한손엔 자료를 한손엔 지도를 들고 발로 뛰며 기마유목민족과 한민족간의 친연성(親緣性)을 확인하는 연구를 해왔다. 그의 결론은 한민족은 기마유목민족과 뿌리가 같은 민족이고 그 핏속에는 유라시아 초원지대를 달리던 승부사적 기질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서 한반도 반쪽 조그만 땅덩어리에 '쪼그라든' 이 민족이 어떻게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뤘는지, 그리고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답을 듣고 싶었다.

-기마유목민족에 왜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경제관료로 일하면서 한민족이 60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세계 11위(2017년 기준)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DNA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무언가 남다른 특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나름대로 기술·인력·자본 외에 다른 요소가 있었는데 하나는 해외로 진출해 경제 영역을 넓힌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다른 민족적 DNA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 민족적 특질이 무엇이고 어디서 유래했는지 찾는 작업을 지난 10년간 해온 셈이지요. 이번에 낸 연구보고서격인 책(한민족의 DNA를 찾아서)은 바로 그 과정을 기록한 겁니다. 50여 차례 5만 km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을 찾아 유물, 유적, 문서, 언어학적 유사성 등을 연구해 한민족은 북방 기마유목민족의 한 갈래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들의 특질에서 우리 민족의 특질을 찾았죠."

-일반 국민은 기마유목민족이라는 말은 들어봤겠지만 잘 모릅니다.

"우선 기마민족이 어디에 살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연해주로부터 만주 몽골고원 북중국 중앙아시아 우크라이나 남시베리아 동유럽 아나톨리아반도(터키) 등 동서 8000km 정도 되는 유라시아 대륙 대초원이 존재합니다. 여름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가고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매우 혹독한 환경입니다. 비도 안 와요. 대신에 굉장히 평평한 지형을 이루고 있어요. 이 땅에서 기마유목민족이 출현하게 된 거죠. 이 사람들의 특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굉장히 용감한 사람들만이 살아남았다는 거고 또 영리한 사람들만 살아남았다는 겁니다. 엄격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특질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죠."

-한민족과 북방기마유목민족에게서 발견한 특질이 무엇이던가요.

"제가 발견한 한국사람의 특질은 4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굉장히 끈질긴 특징을 갖고 있어요. 생존본능이죠. 두 번째가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특별한 얘기를 만들어냈어요. '하면 된다'라는 말이요. 참 이상한 말이잖아요. 되면 하는 거지, 하면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잖아요. 영국 더타임스의 한국특파원을 했던 마이클 브린이란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요. 이 사람이 한국에서 15년을 근무했는데 '한국인을 말한다'라는 책을 썼거든요, 거기에 '만약 당신이 에베레스트에서 조난을 당한다면 누구랑 같이 있는 것이 다행스럽냐 하면 한국 사람과 같이 있는 것이 가장 다행스러울 것'이라고 해요. 이 얘기는 한국사람이 얼마나 생존 본능이 강한가 단적으로 설명한 겁니다. 한국 사람들의 두 번째 특질은 바로 승부사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승부사 기질이란 도전과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바로 이런 기질로 인해 우리나라가 가장 짧은 시간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빨리 체득한 나라가 된 겁니다. 경쟁이란 질 때 부담이 되기 때문에 꺼리는데 한국 사람들은 해야 될 경쟁이라면 과감히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세 번째 특질은, 집단의지가 강하는 겁니다. 의지는 개인한테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국사람들에게는 집단의지가 있어요. 우리라는 개념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집, 우리애, 심지어 우리집사람까지 있으니까요. 그런데 역사를 보면 전제조건이 있더라고요. 리더십이 섰을 때, 구심체가 있으면 집단의지를 발휘합니다. 마지막 특성이 개척자 근성입니다. 한국사람은 말은 낳으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으면 서울로 보내라고 하잖아요. 한국 사람은 자기 고향에서 그냥 조용히 사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지금 세계로 나가보면 한국 사람들이 우글우글거리는데, 그걸 증명하는 숫자가 있습니다. 유학 이런 거 제외하고 1년 이상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들을 국제이민인구라고 하는데, 인구 대비 국제이민인구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1위입니다. 끈질긴 생존본능, 승부사 기질, 강한 집단의지, 개척자 근성 이런 4가지 특질이 바로 지난 2500년 동안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세계사를 쓴 기마민족 초원제국 전사들의 DNA이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인의 DNA와 유라시아 대초원의 기마민족 전사들의 DNA는 같은 겁니다."

-참고문헌을 보니 수백 권의 연구저작이 열거됐더라고요. 수많은 사진도 있고요.

"10년 동안 많이 돌아 다녔습니다. 몽골과 연해주, 중국 북부 등 유라시아 대초원 지역을 특히 많이 다녔습니다. 1월에도 몽골 답사가 예정돼 있어요."

-사전 지식과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성공적인 관료 생활을 하시면서 어떻게 그많은 공부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97년 외환위기와 2000년대 초 카드사태 등 경제가 어려울 때 소방수, 대책반장, 구원투수 등으로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나라 경제가 기적의 경제라고 하잖아요. 저는 일종의 경제사로서 한국사에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원래 사학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인생의 항로가 잘못 되어서(이 부분에서 김 전 장관은 담담히 말을 했으나 기자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경영학과에 가게 됐어요. 관료 생활도 원래 제가 재경경제부 제1차관을 했다가 2008년 초에 마감했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현장 답사에 나섰지요. 그 전에는 책을 보고 공부를 하다가 그 때부터 현장엘 가고 2010년에는 강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때 우리 고교과정 중에 국사가 필수가 아니라 선택과목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그 때 생각했지요. 아, 이래 가지고선 안 되겠다 싶어서 역사 강연을 하게 된 거예요. 그 때가 금융위원장 가기 전이었지요. 그 기간부터 했으니까 저의 기마민족과 한민족의 DNA 친연관계 연구는 10년 정도 해온 셈이지요."

-지금도 강연을 하시고 계신데, 청중의 반응은 어떤가요.

"다들 호기심 갖고 집중을 하세요. 특히 젊은 사람들이 아주 반응이 좋아요."

-우리 사회에는 지나친 우리 중심의 쇼비니즘적 애국주의 역사관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우리 역사를 한반도에 국한해 보는 사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것을 패배주의 역사관, 식민사관이라고 하는데요.

"둘 다 경계해야 하겠지만, 저는 특히 한반도에 국한해 역사를 보는 것은 이제 버려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젊은 층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이거 크게 잘못된 겁니다. 우리 역사는 승리의 역사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승리의 국가입니다. 세계사에서 이렇게 성공한 나라가 없잖아요. 지나친 애국주의는 일제의 식민생활 등 여러 가지 역사적 피학대 경험에서 나온 반발로 보이는데 이런 것도 역사를 바로 보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 같은 뿌리인 기마민족의 성공스토리를 한 번 돌아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들은 적어도 700년에서 1400년 이상씩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한 강건한 역사를 썼어요. 저는 700년 미만의 역사는 절사합니다.(김 전 위원장은 이 때 크게 웃었다)"

-잠깐 현재 우리의 현실을 짚고 넘어가시죠.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경제지표들이 악화하고 있어요.

"엄중한 상황인 건 맞습니다. 해답을 찾는다면 결국 해온 대로 하는 데서 찾아야 합니다. 그동안 한민족의 DNA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산업국가와 민주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세계도 어렵고 우리도 어렵습니다. 답을 찾으려면 딱 두 가지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이제까지 해보지 않은 전혀 다른 혁신적인 접근 방법이고요 둘째, 국제간 협력이 필수라는 겁니다. 세계가 다 어렵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만 노력해서는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이건 끝에 가서 말씀드릴게요."

-국내적으로 당장 해야 한다면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요.

"우리가 북방기마민족의 피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들이 세계사를 호령한 것은 개방과 도전이었습니다. 개방과 도전을 위해서는 제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이 뛰도록 놔두는 겁니다. 기마민족은 가둬놓으면 기질을 발휘 못해요. 가장 기본적인 규제만 제외하고는 말을 방목하듯 그냥 놔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어요. 규제는 알게모르게 계속 생기고 어떡하든 갖은 명목으로 규제를 가하려고 합니다. 규제만 풀어도 우리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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