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 국민 설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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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 국민 설득이 먼저다

   
입력 2019-01-03 18:06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민주화 이후 정치개혁 논의가 끊인 적이 없지만, 최근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논란은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5개 원내정당들이 거대 양당과 소수3당으로 나뉘어 갈등을 벌이는 것도 그렇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일부 야당 대표들이 단식에 들어갔던 것도 초유의 일이고, 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일찍이 주장하던 여당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혼선이 빠져 있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가운데,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첫 단추이며,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최근 선거결과가 특정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 대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인가?

독일과 뉴질랜드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혼합형 선거제도이다.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선거에 각기 고정된 의석을 배분하는 이른바 병립형 선거제도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을 일단 정당투표에 의해 배분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A당이 정당투표에서 30%를 득표하면 전체 의석의 30%(예컨대 현재 국회처럼 300석일 경우 90석)를 차지하게 된다. 다만, A당이 지역구에서 40석을 얻은 경우 (총의석은 여전히 90석인 가운데) A당의 정당명부에서 나머지 50석을 순번대로 채우게 된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95석을 얻는다면 정당득표에 의해 배정받는 의석을 초과하는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일부 정당에서 초과의석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로 인해 각 정당별 의석비율이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독일에서는 보정의석을 인정함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함으로써 국민의 의사(=정당득표율)와 의석수가 최대한 근접하게 만들고, 사표(死票)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역구선거와 연동함으로써 -스웨덴 등에서 시행하는 순수비례대표제와는 달리- 지역구의 민심도 반영시킬 수 있다는 점, 즉 지역대표성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반면에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단점으로는 절차가 복잡하고 운영이 까다롭다는 점, 국민들의 정당 내지 정당명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현재의 지역구 중심의 선거구조를 대폭 개혁해야 한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그 중에서 절차와 운영의 복잡성은 본질적인 문제라고 보기 어렵지만, 남은 두 가지 문제점은 향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민의 의사가 보다 정확하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우선 정당의 비례대표후보자 명부작성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당지도부의 일방적 영향력이 배제되고, 국민들이 그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걸맞는 유능한 후보자들이 충분한 검증을 통해 명부에 올라야 하며, 필요하다면 변동명부제를 도입하여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명부상의 순위를 바꾸는 것까지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구의원의 숫자와 비례대표의원의 숫자가 1:1에 가까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구의 숫자를 크게 줄이거나, 의원정수를 상당히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지역구 숫자의 대폭 감소도 쉽지 않고, 의원정수의 대폭 확대 역시 국민들의 저항으로 인해 난망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 정치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국회를 불신하기 때문에 의원정수의 확대가 어렵고, 의원정수의 확대가 어려우니 불신을 깨뜨리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도입·운영함으로써 정치개혁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개혁의 순리이며, 민주주의의 올바른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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