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기 진입 미지수
메모리반도체 재고 물량 줄여
수요부진·가격하락 심화될 듯
'턴 어라운드' 시기 관심 쏠려
삼성전자 4분기 '어닝 쇼크'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실적 부진에 결정적 영향을 준 반도체의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하다 하반기에 살아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지만, 다시 '초호황기'에 진입할지는 미지수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부진의 요인으로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물량 조절,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 1회성 비용 발생 등이 꼽히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호황기 당시 2주치 이상 확보했던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재고 물량을 가격 하락 이후 8~10일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10나노대 D램 공정 전환과 미세공정 한계에 따른 비트그로스(저장공간 기준 생산 증가율)의 제한적 증가 등도 실적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은 8조원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턴 어라운드' 시기다.
시장에서는 4분기 실적 '부진'의 요인이었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 당분간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반기까지는 삼성전자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증권업계의 올 1분기 실적 전망치 평균은 매출 58조4300억원에 영업이익 11조6400억원이다. 2분기에는 각각 57조8800억원과 11조3800억원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전체로는 242조3200억원에 49조6500억원이다.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1분기 6조원 안팎에 머물면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3분기(13조65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수치가 증권업계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인 13조3800억원에 훨씬 못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1·2분기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조정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수요도 되살아나면서 부활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3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0조원과 12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잠정실적 공시에 첨부한 설명자료에서 "메모리 사업은 하반기에 성수기 영향과 신규 CPU 확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급이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급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디스플레이 사업은 올레드 패널의 스마트폰 탑재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무선 사업은 폴더블·5G 모델 출시 등 기술 혁신을 주도하면서 중저가 하드웨어 스펙 강화 등으로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작년 3분기부터 같은 메시지를 계속 보내는 것은 이미 시장의 흐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빅데이터 급증으로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쌓아놓은 재고가 조만간 소진되면 다시 시장은 원상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와 미·중 무역전쟁,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발생하는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부침은 불가피하다"며 "반도체 침체기에 대비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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