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소비자보호법률 너무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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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소비자보호법률 너무 산만하다

   
입력 2019-01-10 18:07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비자가 TV홈쇼핑을 보다가 혹은 인터넷쇼핑을 하다가 갑자기 구입욕구가 충만해져 원하지 않는 물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경우 물건을 받아본 다음에 후회를 하게 되는데 할부거래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 등 소비자보호 3법은 소비자가 구입한 물품을 일정기간 내에 반품하고 환불받을 권리, 즉 청약철회권을 규정하여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다. 청약철회는 이처럼 소비자가 물품을 구입한 이후 단순히 마음이 변하거나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 구입을 취소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일단 구입계약이 완료된 상태에서 일정기간 내에 계약을 취소하는 행위이므로 청약철회라는 표현보다는 계약취소가 더 정확한 용어이다.


청약철회는 일단 성립한 물품구입계약을 아무런 사유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계약자유원칙에 반하지만, 소비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영미법상 쿨링오프(cooling off)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쿨링오프란 판매원의 언변에 솔깃해 필요도 없는 상품을 경솔하게 구입한 경우에, 소비자가 일정기간 내에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즉 원치 않는 계약을 하거나 잠깐의 판단착오로 계약을 했을 때 이를 냉정하게 다시 한 번 고쳐 생각할 수 있는 냉각기간을 계약자에게 소비자권리의 일환으로서 부여한 것이다.
청약철회권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모든 거래에서 다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특별히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특수한 거래분야 즉, 할부거래, 선불식 할부거래,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통신판매, 전자상거래판매 등의 경우에 인정되며, 그밖에 생명보험, 금융투자상품 등에도 이 권리가 인정된다.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기간은 거래분야와 상황에 따라 약간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할부거래는 계약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선불식 할부거래는 14일 이내, 방문판매와 전화권유판매 및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는 14일 이내, 통신판매와 전자상거래판매는 7일 이내 등으로 할부거래법,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 등 각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 보험상품 계약자는 보험업법상 1회 보험료를 납입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계약서를 교부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행사가 부당하게 거부되는 사례가 많아 문제되고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데, 소비자가 청약철회를 요구하면 판매점에선 '개통 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는 청약철회 예외품목이다'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할부거래법상 청약철회 제외품목에는 선박, 항공기, 자동차, 건설기계, 이미 설치된 냉동기·보일러 등이 있을 뿐 휴대폰은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재화가 멸실 혹은 훼손된 경우'는 청약철회 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휴대폰은 고가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청약철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판매자가 분쟁을 다투게 되면 법원 판결까지 가야 한다.

현행 소비자법상 소비자의 청약철회기간은 7일인 경우와 14일인 경우로 나뉘어 있고 만일 광고와 다른 상품이 배송된 경우에는 3개월까지 기간이 늘어나는 등 경우의 수가 많아 내용이 산만하다. 어차피 법리로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완전한 보호를 위해 특별한 권리로서 보장된 것이라면 기간구분 없이 14일 또는 한 달로 통일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의 이념에 맞고, 쿨링오프기간을 우리보다 더 길게 정하고 있는 외국의 입법례를 참고하여 청약철회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하여 소비자의 권리보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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