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고문
![[포럼] 카풀, 일단 시작하고 문제 고쳐나가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1502102369660001[1].jpg?var=5744 "[포럼] 카풀, 일단 시작하고 문제 고쳐나가자")
지난 9일 택시기사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광화문광장 근처에서 분신해 숨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그때도 택시기사가 강력히 반대하는 뜻에서 몸에 불을 질렀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두었다. 두 사건 모두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연기하였다. 카카오는 카카오T라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택시 호출, 대리운전, 주차 등의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데 카카오 택시 호출 서비스는 승객과 택시기사 모두에게 매우 유용한 서비스로 애용되고 있다. 카풀 서비스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택시업계가 승차공유 서비스와 마찰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7월 국내에서 사업을 접은 우버가 있다. 미국에서는 잘 쓰이고 있는 우버가 택시업계의 반발과 자가용 영업을 금지하고 있는 법규 때문에 철퇴를 맞았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이용하는 것으로 현행 법규가 허용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카풀 서비스는 공유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공유경제란 재화나 재능을 다수가 나눠 쓰는 온라인 기반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다. 미국의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와 숙박 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미래 사회는 공유경제 형태로 변모될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극한 투쟁하고 있는 택시기사들에게 공유경제 원리를 설명하여 설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택시업계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택시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가 모집하여 인증 완료한 카풀 운전자 수가 이미 5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숫자는 서울 지역 택시 7만여 대에 근접한 수치이다.
국민 모두 카카오 이용자인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운전자와 이용 승객 수가 급증할 수 있다. 그래서 택시업계는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경기지역 개인택시 번호판 시세가 1억 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는데 카풀 운전자는 사실상 무료로 영업 면허를 받게 되어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 보면 현재 우리는 카풀 서비스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데 택시기사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택시가 곧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부분적으로 허용되어 이용되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또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파도가 우리를 향해 몰려오고 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기존 질서와 대립하게 될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해결방법은 한발씩 서로 물러서는 것이다. 충격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대기업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하여 택시기사들을 하루아침에 낭떠러지로 몰아내지는 말아야 한다.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대기업 보다 우선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카풀 서비스를 하게 하여 카풀 서비스가 점진적으로 도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득권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하는 서비스들이 무수히 많이 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는 우리나라에 희망이 없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파괴적 혁신의 시대이다. 새로운 변화를 인정하고 무엇이든 우선 시작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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