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규제 혁신 언급 없이
협력업체와 '상생협력' 확대 강조
"고용창출에 앞장서 달라" 요구도
최태원 SK회장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대기업 대표와 중견기업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확대를 주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많은 수의 대기업 총수가 모인 자리지만 문 대통령의 주문은 '상생'에 방점이 찍혔다. 투자 확대 환경 조성, 규제 해소 등을 바랐을 대기업·중견기업 입장에서는 '불편한 자리'로 여겨졌을 부분이다. 이에 대해 기업 대표들은 한결같이 정부의 '규제 혁신'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전체 생태계가 함께 발전돼야 한다"면서 "개발이익 조기 지급·원천기술 및 인력지원 등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국민들과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생결제 100조원 돌파, 사내벤처 육성,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을 성과 배분의 '희망적 사례'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일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서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지난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경제성장의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문 대통령의 잇따른 경제 행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상생 및 이익 공유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모두 발언은 상생-일자리 창출-신기술 투자확대-규제혁신 순으로 이뤄진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참석 기업에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면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를 거듭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서 황창규 KT회장은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관련해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례를 소개하면서 "AI나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 규제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태원 SK회장은 혁신성장과 관련해 "실패를 용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비용 절감을 위한 환경 조성과 최고의 인력 육성 및 투입 등이 필요하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힘을 합쳐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많이 일으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후 삼성·현대차·SK·LG그룹회장들과 산책을 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요즘 현대그룹은 (대북사업과 관련해) 희망고문을 받고 있을텐데 결국은 잘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 "지난번 (순방때) 인도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달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 가겠다"고 답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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