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칼럼] `CES 2019` 한국에 엄중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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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수 칼럼] `CES 2019` 한국에 엄중 경고한다

예진수 기자   jinye@
입력 2019-01-15 18:06

예진수 선임기자


예진수 선임기자
1900년대초 호사가들은 자동차가 '불편한 장난감일 뿐이며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 악담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의사들은 신속한 왕진으로 생명이 다급한 환자를 구해낼 수 있는 자동차에 열광했다. 바빠진 도시인들은 자동차 덕에 우편으로 플레이크를 주문해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편 판매 인기는 지금의 온라인 쇼핑 열기 못지 않았다. 마침내 1908년 대량생산 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20세기가 시작된 지 불과 13년 만에 마차는 뉴욕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고 자동차가 거리를 뒤덮었다.


지난 8일(현지시각)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2019' 현지 취재를 하면서 마차의 운명과 전통적인 엔진 자동차의 쇠락이 전시기간 내내 떠나지 않는 화두로 머리에 맴돌았다. CES 메인 무대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에서 접한 보쉬의 '무인 전기 콘셉트 셔틀'은 가운데 공간이 뚫려 있고 네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구조였다. 운전석은 보이지 않았다. 커넥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 차 측면 위쪽에는 '보쉬 사물인터넷(IoT) 셔틀-기회의 세계'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보쉬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무인 셔틀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모빌리티를 가까운 미래에 세계 주요 도시의 도로에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셔틀 시대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TV를 원하는 크기와 모양 대로 블록 장난감처럼 조립해 설치했다가 이를 다른 형태로 바꾸는 장면도 놀라웠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가 '스크린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현장이었다. 중국 기업들은 CES에서 책 읽어주는 AI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선보였다. 중국 본토에서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 등장했고 일본에서는 지하철을 안내하는 로봇이 인기를 끌고있다. 한국에서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의 틀을 바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이 8년 째 표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더 크고 디테일한 구조로 이뤄진 열쇠가 있어야 열 수 있다. 한국은 그 열쇠를 만드는 공장에 족쇄가 채워져 있는 형국이다. 글로벌 업계 강자들은 '힘있는 팀'을 꾸리느라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업계와 정보기술(IT)업체 간 협업 체제 구축은 소극적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에서 국내 스타트 업에 근무하는 청년과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익명을 원한 이 청년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여러 곳에 흩어진 CES 전시장을 다닐 때 우버로 편리하게 갈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이 힘들어 해외로 나간 스타트업이 한 둘이 아니다"며 "한국에서는 켜켜이 쌓인 규제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전혀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형식적인 규제 완화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해외 스타트업까지 한국으로 몰려오게 하는 '규제 프리 사회'를 만들 수 없다.

연초부터 CES에서 글로벌 빅이슈로 떠오른 AI는 데이터가 핵심이다.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경 없는 빅데이터의 이동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CES 현장 곳곳에서 기존 산업 생태계를 삼켜버릴 거센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5세대(5G) 초고속인터넷 기술과 AI가 융합되는 시대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앞서서 우리 곁에 도착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산업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피땀으로 노력해 3차 산업경제 시대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지 못할 경우에는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폭넓은 AI 수요를 창출하려면 국내 산업계가 활성화돼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바닥에 떨어진 기업의 투자의욕을 반전시키면서 스타트업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업종·영역 간 장벽을 허물면서 신성장 분야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한 발걸음도 같이 해야 한다.

예진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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