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전자IT미디어공학과 교수
![[포럼] 지상파 재송신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http://contents.dt.co.kr/images/201901/2019011602102369660001[1].jpg?var=0926 "[포럼] 지상파 재송신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
첫째, KBS2의 의무재송신 제외 부분이다. 최초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에는 KBS2가 포함돼있었으나 위성방송이 도입되면서 제외됐다. 이유는 KBS2의 재원이 광고라는 점이었다. 즉, 광고를 하기 때문에 민영방송과 동일한 지위라는 것인데, 방송법 내 한국방송공사를 규정한 조항들에서 광고 송출여부로 KBS1과 KBS2를 다르게 구분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난시청 해결 의무는 KBS1에 부여된 공적책무가 아니라 '한국방송공사'에 부여된 책무다. 또한 공적책무 수행에 대한 재원적 보상격인 수신료 회계는 KBS1과 KBS2 간 분리돼 처리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인데 KBS2가 지상파 재송신료를 받는 것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둘째, 대가 산정의 합리성 문제다. 민영방송의 경우 재송신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합리적인 과정을 통해 산출된 액수라면 그렇다. 지상파 재송신료가 어떻게 산출된 결과인지 지상파 관계자 외에는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지상파는 매년 시청률이 감소하고 있는데 재송신료는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이다. 이것만 봐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 증명된다. 또한 영국의 BBC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커버리지 확장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송출료를 지급해왔다. 최근 영국 국민들이 우리가 낸 수신료가 유료방송사에게 흘러들어간다는 비판들이 제기되자 서로 안주고 안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영국보다 훨씬 낮은 직접수신율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송출료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셋째, 정부 개입의 비대칭성이다. 케이블사업자는 PP수신료 지급을 위해 정부 주도 하에 큰 틀의 평가기준이 만들어졌고, 이에 각 사가 세부내용 몇 가지만 자율적으로 추가해 마련한 가이드라인으로 PP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PP수신료를 지급한다. 해당 기준으로 매년 수신료 인상률도 정부가 결정한다. 사실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완전한 사적영역인 SO와 PP간 거래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양상이다. 정부는 독과점적인 유료방송사가 횡포를 부리는 것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이러한 개입을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지상파 재송신료 부분은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개입 시도에 대해 지상파는 사적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논리다. PP는 완전한 사적영역이지만 지상파는 민영방송까지도 완전한 사적영역이 아니다.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무료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사적영역인 SO와 PP간 대가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데 공적영역이 존재하는 지상파가 사적영역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현재 정부가 지상파 재송신 분쟁에 끼어드는 일은 딱 한가지다. 송출재개명령권이다. 즉, 지상파 표현대로 사적 거래라면 유료방송사는 협상 결렬 시 해당 방송과 계약을 해지하고 송출을 중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는 협상이 결렬되고 방송을 끊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합리적인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방송통신위가 송출재개명령권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면 이 거래가 공적 성격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인정하고 PP수신료 거래보다 더욱 강력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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