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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현장] 배우 강동원의 추억

성진희 기자   geenie623@
입력 2019-01-16 18:08

성진희 디지털뉴스부 대중문화팀장


성진희 디지털뉴스부 대중문화팀장
배우 강동원을 만났다. 15년 전 일이다.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감독 배형준)로 스크린 첫 주연작을 꿰찬 그를 만나게 된 건, 기자 아닌 단역이었다. 대학 때 영화를 전공했던 난 졸업을 앞두고 전공 관련 일을 닥치는 대로 하고 싶어 학과 선배이자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조감독을 무작정 찾아갔다. 선배 말이 "눈이 작고, 눈웃음 치는 게 꼭 고모부 아들 같다"며 연출부 게시판에 그려진 캐스팅 보드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둘째 고모부가 임하룡 선생님이야. 네가 그 아들 역할을 해라"며 내 사진을 걸어뒀다. 사회에서의 첫 발,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치열한 촬영 현장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내 분량은 로케이션 촬영이 전부였다. 경기도의 파주, 충북 괴산의 고추축제 장면에 나왔다. 파주는 희철(강동원 분)의 집이자 영주(김하늘 분)가 첫 만남을 갖는 주인공의 고향 땅이다. 순수한 시골청년의 집으로 사기꾼 약혼녀를 반기기 위해 집안 잔치를 벌이는 장면, 돼지를 잡는 장면에 슬쩍 나왔던 난 극 중 사촌지간인 수미(이영은 분)와 트럭 운전을 하며 대사 두 마디가 전부였다. 당시, 운전을 대신해 줄 엑스트라도 없어 직접 1톤 트럭을 몰았는데 운전이 미숙했다. 그나마 있던 대사도 안전 운전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한 마디가 잘렸다.
날도 더웠고, 사람들이 많이 지켜봤던 읍내 목욕탕 앞 장면이라 배우들도 중간중간 이웃 사람들을 피해 버스나 트럭 뒤에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그때, 임하룡 선배가 강동원과 주고 받았던 대화가 기억이 났다. "(임) 이름이 동원이라고? 학교는 어디야?" "(강) 한양대입니다." "(임) 어라? 그럼 내 동문이네? 너도 연극영화과니?" "(강) 전 기계공학 전공입니다." "(임) 어쩐지… 연기를 기계적으로 하더라"고 했다. 주변 선배 배우들이 크게 웃었다. 강동원도 높으신 선배의 진한 농담 한 마디에 당황스럽지만 웃어 넘겼다. 결코 기분 좋은 농담은 아니었다.

그 후로 괴산을 돌며 무사히 촬영을 마친 나. 극장 개봉 전 시사회에서 커다란 스크린을 뚫어져라 관찰했지만, 단역은 단역이더라. 순식간에 내 모습은 사라졌다. 개봉 후 흥행 성적도 매우 아쉬웠다. 그 후로 여러 사회 경험을 맛 본 난 지금의 연예부 기자가 되었고, 영화 분야로 취재를 전담하면서 자연스레 톱스타 강동원을 다시 만났다. 물론 김하늘, 그녀도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 인터뷰로 한참 후에나 만날 수 있었다.


강동원·김하늘의 작품은 수없이 많다. 그 둘 사이로 스치고 간 수없이 많은 단역, 엑스트라는 더욱 어마어마 하다. 그 중에 내가 있었다. 개봉을 앞둔 작품에 관한 인터뷰를 신나게 하고 마무리로 강동원에게 건넸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고모부 아들이었어요. 과거와 다른 입장에서 만났네요"라고. 강동원 씨는 깜짝 놀라며 "정말 좋은 추억 많았던 작품이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만난 김하늘도 반응 백배였다. 반가운 나머지 내 팔짱을 다정스레 끼고 함께 사진도 찍어 줬다.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누구 배우를 개인적으로 안다고 생색을 낸 게 아니다. 톱스타이자 배우로 거듭나 지금은 머나먼 미국 땅, 할리우드를 오가며 스크린의 한류주자로 나선 강동원 씨. 15년 전 풋풋했던 신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인터뷰 당시 물어 봤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요"라고 웃었다. 연기 못했던 모델 출신 배우 시절, 정말 이 악물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던 그가 베테랑이 된 이유다. 신인배우 강동원은 '더 맨 매니지먼트'란 기획사 소속이었다. 그 회사 사장의 슬로건이 "모델도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슬로건을 완성한 주인공이 바로 강동원이다. 그와 함께 모델을 하며 연기자로 데뷔했던 이름들도 떠올랐다. 이천희 이민기 임주환 려욱환 등. 사람은 누구나 첫 대면을 할 때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그 선입견을 단숨에 깨기 위한 열쇠가 바로 신뢰와 믿음이다.

첫 데뷔작인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강동원의 모습은 주변에서 선입견이 가득했다. 강동원은 일 년에 한 작품은 꼭 대중에게 선보였다. 그것도 드라마 아닌 극장에서만 말이다. 강동원이 출연한 다수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고, 그것이 바로 대중과 지켜온 신뢰와 믿음으로 보인다. 15년 후의 배우 강동원. 여전히 존재할 거다. 이 사람, 생각보다 독하고 절실하다. 곧 '쓰나미 LA'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날 그의 활약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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