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 시간표가 갈수록 늘어지고 있다. 여야가 제각각 원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놓고 공전만 거듭하면서 1월 합의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17일 제1소위원회를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정수 확대 등을 놓고 논의를 이어갔으나 더불어민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자유한국당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야3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각각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개특위는 원래 오는 20일까지 여야 합의안을 도출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합의가 어려워지자 논의를 계속 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22일까지 각 정당별 의견을 다시 정리한 뒤 제1소위를 추가로 열 계획이다. 24일에는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진행된 선거제도 개편 논의 경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제1소위원장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소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 접점이 만들어지거나 좁혀지지는 않았으나 의견이 풍부해 상대 의견을 수긍하거나 우리 입장을 상대에 설득하는 진전이 있다"면서 "선거법 협상에서 의미, 비례성, 대표성 중 어떤 것에 무게를 둘 것이냐에 따라 판단이 다 다르기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 접점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의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사항이다. 김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월 말까지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더 늦어지면 3~4월까지 갈 수도 있다"고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마음이 급해졌다. 논의가 길어질 경우 21대 총선 전까지 마무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법 개정은 가능하면 모든 정당이 합의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합의를 위한 노력에도 5당이 합의한 1월 처리가 무산되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특단의 조치를 결단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선거 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다면 집권 여당이 내놓은 선거제도 개혁안들이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기반한 선거제도 개혁안들을 패스트트랙이라도 걸어서 처리한 뒤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