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세계 1위 고지 선점 승부수
앞선 일본도 목표 180만대
걸음마도 못뗀 상황서 욕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수소경제 로드맵 전망과 과제
정부가 17일 미래 잠재력이 큰 수소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선점하기 위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놨다.
수소차 보급 확산을 위해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생산체계를 구축해 세계 1위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소차 뿐 아니라 소규모 설치가 가능해 분산형 발전 기술로 주목받는 수소 연료전지 보급도 크게 늘릴 계획이다. 수소 경제의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소 생산·공급 시스템이다. 정부는 수소 저장방식을 현재의 저용량·기체에서 고효율·액체 등으로 다양화하고, 전국적인 파이프라인 공급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수소혁명이 점화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혁신 성장의 한 축으로서 수소경제를 육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잘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킨지 컨설팅은 세계 수소 수요가 급증하면서 2050년 수소산업이 연 2조5000억달러(약 2800조원)의 부가가치와 누적 30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우리나라는 수소차, 연료전지 등 분야에서의 세계적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기반, 부생수소 생산 능력과 활용 경험, 전국에 완비된 천연가스 공급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로드맵의 목표나 개발 양산계획이 전혀 무리한 계획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길은 첩첩 산중이다.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히지만,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과 비싼 수소차 가격, 충분한 수소 에너지 확보 여부 등이 문제다.
정부는 수소 충전소의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충전소가 1000대 이상으로 늘어나는 확장기에, 실탄(예산)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대중화가 급진전된 전기차와 비교할 때 수소차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기술개발로 수소차에 쓰이는 백금 양을 줄이면서 규모의 경제 조기 달성으로 가격을 얼마나 빨리 낮출 수 있느냐가 수소차 성공의 관건이다.
이미 몇년 전부터 수소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한국의 수소 경제 비전 발표는 늦은 감이 있다. 일본은 2015년을 '수소 사회' 원년으로 선포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충전소 900개소,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소 사회' 선포 이후 각 분야에서 수소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었고 탄탄한 산학연 협업 체제를 구축했다.
독일도 재생에너지와 수소경제를 융합한 정책을 추진, 2030년까지 수소차 18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목표로 설정했다. 글로벌 선두권 경합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세계 점유율 1위 달성 목표로 내건 시기는 2040년으로 너무 길게 잡혀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정부에서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 목표를 과도하게 높게 책정했다가 결국 용두사미가 되는 일이 되풀이됐다.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추진 역량과 부처 간 규제 칸막이를 풀 수 있는 규제 돌파 능력이 있어야 수소경제가 틀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소 경제로의 이륙을 가로막는 또다른 걸림돌은 "수소는 위험하다"는 편견이다. 일각에서는 수소전기차나 수소충전소가 수소폭탄처럼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수소는 가솔린이나 액화석유가스(LPG)보다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수소는 공기보다 14배 가벼운 기체로 누출시 빠르게 확산해 가스구름이 생성되기 어렵고, 공기에 쉽게 희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프랑스 충전소의 경우 도심 한 복판에 위치해 있었고, 파리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셀프 충전을 하고 있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시청등 공공청사나 도서관 등 도심 거점에 충전소를 대거 늘려서 수소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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