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절도와의 전쟁' 초강경
사고 지역 절도범 들끓는 곳
절도위해 뚫은 송유관서 화재
19일(현지시간) 로이터,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의 이달고 주의 오마르 파야드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로 인해) 최소 73명이 숨지고 74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멕시코 이달고 주 틀라우엘릴판에서는 전날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절도하기 위해 구멍을 뚫어놓은 송유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달고 주 틀라우엘릴판은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85㎞ 떨어진 곳이다.
사상자는 대부분 근처에 사는 지역 주민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깨진 송유관에서 흘러나온 석유를 양동이 등에 담다가 화를 당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당초 사망자는 66명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송유관 휘발유 유출 지점에 고여 있던 가솔린 웅덩이 부근에서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며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많고 실종자 수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상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 당국과 송유관의 소유주인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는 폭발 원인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가 기름을 훔치기 위해 송유관에 구멍을 냈고,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사람들이 군인들의 대피명령을 무시하면서 희생자 수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피야드 주지사는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사고 지역이 기름 절도범들이 불법적으로 기름을 빼가는 곳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현재 석유 절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멕시코 당국은 석유 절도 행위로 인한 피해가 연간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중이다. 이에 지난달부터 주요 송유관의 가동을 중단하고 군인을 투입해 수천 개의 구멍을 보수하는 등 초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곳곳에서 기름 부족 사태를 유발했다. 주유소 앞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섰고 석유 가격도 상승했다. 이번 사고 역시 기름 부족에 시달린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나는 국민을 믿고 신뢰한다"며 "고통스럽고 안타까운 교훈을 통해 국민이 이런 관행과 거리를 두게 될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야드 주지사도 "멕시코에서 수백 명의 불법 기름 절도 때문에 발생한 사고 중 가장 심각하다"며 "멕시코 국민에게 연료 절도에 연루되지 말 것을 호소한다. 불법 여부를 떠나 기름 절도는 당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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