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정치개혁, 人治에서 法治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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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칼럼] 정치개혁, 人治에서 法治로

   
입력 2019-01-21 18:15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대한민국에서 정치개혁은 과연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다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권에서는 14대 국회 이후 항상 정치개혁 특위를 운영해 왔다. 선거를 전후해서는 선거구 획정이나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편을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논의해 왔다. 16대 국회 말에는 소위 오세훈 선거법이라 불리는 3개 정치관련 법(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을 한꺼번에 개정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뿐인가? 꾸준히 개헌논의도 이루어졌고, 최근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다음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정치개혁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정치개혁을 부르짖은 사람들이 사실은 개혁할 의사 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이용했기 때문이거나. 사람이 하는 일에 불가능이란 없으니 결국 정치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정치인들이 개혁할 의사보다 그때그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치개혁을 이용한 것이 지금까지 정치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정치개혁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본원칙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법치가 아니라 인치가 일반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서 경제적 민주주의까지도 달성했다는 이 나라에서, 그것도 사법고시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 대통령에 의해 법치주의가 무시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모든 비정규직의 연내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업무에 상관없이, 경력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갑자기 현재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지시가 대통령의 입에서 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가 곧 법이 되어 모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정규직이 될 권리를 발생시켰다.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폐로식에 참석하여 느닷없는 탈원전 선언을 했다. 그것이 느닷없는 이유는 탈원전이라는 것은 누구도 하루아침에 선언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대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무엇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정책인지 논의하는 정당한 절차와 심사숙고를 거쳐 결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대통령 한 마디에 우리나라는 탈원전 국가가 되어 버렸다. 이후 공사가 3분의1 가량 진전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는 그것의 재개 여부를 공론화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3개월간 공론화의 결과,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공사를 계속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교묘하게 결론을 바꾼다. 공사는 재개하지만 탈원전도 계속하라는 것이라고. 그리고는 탈원전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이라고 말만 바꾸어 법치를 능멸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제주도가 실시한 주민투표를 근거로 결정한 강정마을 군항 건설사업에 대해 문대통령은 주민에게 사과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이 2012년 국방부의 건설승인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었다. 제주강정마을 주민회와 환경단체를 비롯한 외부세력이 연합해 제주군항 건설사업을 물리적으로 방해함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소송이 대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통령은 이를 철회하도록 명령했다. 사법부의 결정도 인치로 뒤집은 것이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 중 첫 번째가 바로 법치주의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지만, 이는 법의 형식적인 해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법치를 무시하고 인치를 계속하는 한, 이 나라에 정치개혁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의미하는 것이지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법을 이용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든 법치주의를 존중하고 이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개혁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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